중년의 만족
내 자식이지만 전혀 내 자식이 아닌 것 같은 부분이 있다.
난 맛있는 것은 가장 나중에 먹는데 내 아이는 맛있는 것을 가장 먼저 먹는다.
난 뭐든 아끼는 습관으로 맛있는 것은 더욱더 아끼면서 나중에 하는데
아이들은 배가 불러지면 맛있게 먹지 못하니까 가장 먼저 먹는다고 한다.
이 말이 맞기는 하는데 가장 맛있는 것이 없어지면 나머지는 무슨 맛으로 먹나 하는...
난 야채를 좋아하며 특히 풋냄새가 나는 것들을 무척 좋아하는데
고기는 맛을 보기도 힘들어 아이들에게 간을 봐 달라고 하면서 요리를 한다.
아이들은 싫어하는 야채를 고기와 같이 볶으면 야채도 그냥 먹는데
난 좋아하는 야채라도 고기 냄새가 나면 당기지 않는다.
나는 한국의 우월함이나 특별함이나 유명함을 이야기하는 다큐를 가장 좋아한다.
나는 극히 평범하지만 내 나라는 특별하다는 데에 살맛이 나는데
난 이런 다큐를 처음 조금을 꿈꾸듯이 보다가 벌떡 일어나 하기 싫어 미뤘던 일들을 한다.
한 번에 다 봐 치우는 것이 너무너무 아까워 그러는 것도 있고
일을 마치면 싼뜻하게 볼 수 있다는 기분이 일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것은 한 번에 모두 끝까지 봐야 차분히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며
처음 조금을 보고도 벌떡 일어나 움직이는 나를 보면서
궁금해서 마음이 자꾸 가는데 무슨 일이 손에 잡히냐고 내가 도리어 이상하단다.
핫한 드라마의 내용은 뉴스에도 나와 별생각 없이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들은 김이 빠진다며 줄거리를 미리 알게 되면 무슨 재미로 보냐고 너무 한다고 야단이다.
그런데 나는 미리 내용을 알면 마음을 졸이면서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어
편하게 주인공의 옷이나 머리에도 작은 액세서리에도 눈이 가지는데
결과를 몰라서 불안하게 보면 엄청 떨려서 아무것도 신경이 쓰이지 않고
보고 난 후에 남는 것은 줄거리만으로 아쉽다.
나는 눈물을 흘려가면서 감정이 섬세하다고 변명을 하는데
왜 이런 드리마를 보면서 왜 이렇게 감동적인 이 장면에 눈물이 나오지 않는지
서로를 덜 자란 인간 같다며 이해를 못하고 결국 나만 혼자 울며 코를 풀면서 뻘쭘해한다.
한편으로 울음이 없는 아이들은 서름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는데
감동적인 희열의 눈물도 없다는 것에서는 애석하다.
같은 꼴이라면 드라마를 보면서 눈치를 안 보고 울 수도 있고
뭘 먹을까 하는 시점에서 의견이 일치가 빠를 텐데...
난 끈기가 없는데 아이들은 나보다는 많이 있는 것 같다.
뭐든 지독해 보일 정도로 연습을 해서 너무 무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을 하니
정말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과 비교를 하면 이건 유치원 수준이라고 한다.
그럼 난 유치원 수준의 노력도 안 한 것으로 되는데...
그래서 내 아이들은 나와 다르게 공부도 악기도 제대로 해냈다.
학원도 보낸 적이 없는데 대학에 당당하게 들어가 당당하게 졸업을 해서
나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공부의 세상도 맛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서 나를 닮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