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실수
해운대역에서 해변가로 들어가는 길이 넓어지고 화려해졌다.
그 길은 양 옆으로 차도 하나씩을 놔두고 가운데는 사람이 다니게 만들어
주말에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걸어 해변가로 가는데
그 길에 행사라도 하면 어디가 차도 인지 인도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어
적당히 차도 사람도 서로 알아서 피했다.
어제 난 친구를 해운대역에서 만날 약속을 하고 바삐 그 길을 따라서 걸었었다.
길 이름이 구남로인 그 길에는 스타트업 축제라는 것을 하고 있었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 나이와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전시장이 빼곡히 있고
그것들을 보러 온 젊은이들에 커다란 스피커로 나오는 노랫소리까지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 나이에 이런 분위기를 억지로 찾아다니기는 힘든데
덕분에 나도 끼어 느낄 수 있구나 하니 좋았다.
그러면서 약속 시간에 늦지 말자고 거의 경보 수준으로 걷는데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젊잖은 중년이 여유 있게 즐기면서 차도를 걷고 있었다.
천천히 걷는 모습에서 저 중년도 나처럼 젊음 속에 들어와 즐기는구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뒤로 차가 천천히 중년의 발걸음에 맞춰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행사하는 곳에서 들리는 커다란 스피커의 노랫소리에 모든 소리가 파 묻혀 버려
차가 뒤에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못 느끼는 것 같았다.
혹시나 저 중년의 일행이 탄 차라서 무던하게 따라오는 거라면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길을 건너야 해서 그 중년이 걷는 길을 지나며 보니 중년의 속도로 걷는 차는 두대였다.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바빴다. 약속 시간이 막 지나려고 해서 마음이 급했는데
그 급한 마음은 저 중년에게 말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망설이며
많은 젊은이들이 지나면서도 별 말이 없는데 그냥 지나쳐도 되는 건 아닌지
하지만 몰라서 저러고 걷고 있는 거라면 말을 해 줘야 하지 않을까 했다.
내 걸음걸이는 빠르고 마음은 차분하지 않아서
어떤 방법으로 말을 해 주는 것이 좋은지 생각할 틈도 없이
그 중년이 고개를 들어 내 주변을 보기에 난 손을 흔들었고
그랬더니 내 쪽을 봐줬는데 그래서 인도로 올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중년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는데 뭐랄까...
못 알아 들었나 해서 살짝 큰 소리로 뒤에 차가 있어요 하니
그 중년은 놀래서 뒤를 돌아보고 난 그대로 지나쳐 계속 걸었다.
순간 벌어진 이 일을 걸으며 생각을 했는데
왜 그 중년은 황당한 얼굴을 했을까 하는 것에 자꾸 거슬렸다.
인도로 나오라고 한 내 손짓이...
그 손짓을 다르게 해석하면 나에게 오라고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그러면 나는 길에서 호객 행위를 한 여자로 보였겠다는 생각이 들어
설마 이 흰머리의 여자를 보고 그렇게 해석하지는 않았겠지 하다가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 하는 생각까지...
엄청 미안해졌다.
난 좋은 일을 하자고 한 건데... 또 오지랖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