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mom Jul 12. 2018

죽을 수 있는 기회

중년의 혼란

굉장한 능력자인 간병인 아주머니가 계셨다.

이 분은 깔끔하고 철저해야 한다며 스스로에 엄청 엄했는데

그래서 이분이 아버지를 돌봐 주시고 나서는 위험한 순간이 오지 않았고

그 덕분에 아버지는 죽을 수 있는 기회를 모두 잃었다.


대학병원의 응급실이라는 곳도 기적에 가깝게 

어떤 상태라도 그곳에만 들어가면 다시 연명하게 만들어 주어

이 또한 죽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이곳에는 없었다.


처음엔 그저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그러면서 몇 달을 지내고 나니 그건 그저 연명을 하는 것으로

아버지의 힘든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원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아버지가 연명을 하더라도 편해야 하는데 매일이 매 순간이 고통스러워

우리는 아버지의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지 매번 흔들렸다.


아버지를 봐주시던 완벽한 간병인 아주머니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2주일 만에 아버지의 간병을 맡으셨는데

그래서인지 솔직하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들에게 조언을 잘 해 주셨다.

인생의 선배이기도 하고 간병인으로 많은 경험을 한 아주머니께 주절거리면

단호하게 기계로 하는 연명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봐주셨는데 아버지는 나날이 깨끗하게 반질거리는 피부로

발바닥에 있던 굳은살까지 빼 주어 아버지는 영원히 계실 것 같아 보였다.


이런 간병인 아주머니가 집안의 제사가 있어서 그 대신 다른 간병인이 왔는데

그 며칠 사이에 아버지는 탈이 나고 힘들어져 다시 응급실로 가게 되었고

그래서 아버지는 죽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막내가 아버지를 놓지 못하고 붙잡아서 이 시간까지 왔는데

아버지가 가래를 뺄 때마다 힘들어하시는 것에 보내 드리는 것을 생각했었는지

이번엔 억지를 부리지 않고 나와 큰 동생의 의견에 같이 응했다.


이것도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완벽한 아주머니는 밤에 놀래서 달려와 대신 있던 아주머니가 뭘 어떻게 했는지

가래를 빼내는 호수가 전혀 쓰이지 않았다고 원통해하셨는데 

그렇다고 대 놓고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어서 우리에게 많이 미안해하셨다.

우리 자식들보다 더 아버지를 잘 돌 봐주셨는데 마지막까지 하지 못한 것에

자신도 화가 나는 모양이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드렸다.


대신 온 간병인은 새벽까지 나와 교대로 아버지의 곁을 지켰는데 

아버지에게는 이불이 필요 없다며 아버지 침대에 있던 이불까지 가져가더니

정말 잘 잔 것 같은 얼굴로 와서는 날 보고도 그러라고...

미움에 불이 붙기 시작하는데 아침에는 아버지의 가파른 숨소리를 들으면서도 

얼굴은 뽀얗게 입술은 진한 붉은색으로 화장을 해 기겁하게 만들었다.


죽을 수 있는 기회는 이런 무신경의 무책임에서 오는 것인지

본인은 무엇을 했는지 전혀 느끼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시간 계산에 바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년 된 소금 단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