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머리 모양
이제 며칠 있으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래서 하는 준비 중 하나가 머리 파마를 하는 것인데
그걸 어제 연중행사하듯 3시간 지낼 준비를 해서 다녀왔다.
난 미장원을 일 년에 두 번은 꼭 가려고 애를 쓰는데
난 내 얼굴을 보고 살지 않지만 아이들은 계속 봐야 하니
아이들을 위해서 너무 초라하지 않게 모양을 내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미장원 문을 열었다.
미장원에 앉았더니 내 머리를 보고는 얼마 만이죠 하는데
파마는 꼭 반년만이고 커트는 그래도 약 3개월 만인데 하니
머리카락이 많이 건강해진 것 같아요 했다.
제대로 들으면 파마끼도 없고 정돈도 안되어 제멋대로라는 말인데
난 이 머리로 친구와 관광을 다녀왔다고 했더니
대번에 그 친구는 하고 묻고는 가기 전에 들리지 그랬냐고 했다.
그 친구는 근본적으로 나와 다르다.
얼굴이 작고 예뻐서 어떻게 하고 있어도 어울리는데(내가 보기에)
여자다운 멋을 즐길 줄 알면서 가꾸는 것도 열심인 친구다.
그래서 그 친구는 여행을 위해서인지 머리를 하고 왔다는데
충분히 예뻐 보이는 머리에 살짝 뻗친 몇 가닥을 신경 쓰고는
마음에 안 든다고 나갈 준비에 시간을 할애했었다.
강남에 사니까 당연히 강남의 미장원에 다니는데
요금이 내가 일 년에 두 번 하는 금액에 커트 비용까지 모두 합해도
친구가 하는 파마 요금과는 차이가 너무 나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런 요금에도 나보다 자주 미장원에 간다는 것에 납득을 하려니
그래야 저렇게 여성스러운 모습이 되는 건가 했는데
나에겐 거북한 것이 많아 그냥 이대로 여성스러움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어제는 그전날에 비가 와서 그랬는지 미장원에 손님이 많았다.
언제나 난 미장원에 가면 오랜만에 여성 잡지라는 것을 읽을 수 있어
파마를 하는 약 3시간 동안 많은 잡지를 보자고 안경을 들고 애를 썼는데
어제는 잡지를 가져다 달라는 말을 하기가 미안하게 다들 바빠서
앞 옆으로 앉아 머리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오랜만에 진득이 나도 봤다.
파마를 하는 동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집중을 했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생각났고 아이들이 그동안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번에 친구와 여행을 하면서 그 친구가 보여준 태도로
조금은 여자다움에 신경이 쓰였는지 이때까지 와 다른 눈으로
그 사이 예쁜 그 친구의 모습에 기준을 두게 되었는지
멀쩡했던 내 얼굴이 내가 상상하고 있던 그런 얼굴이 아니라는 것을 보았다.
나도 나를 계속 보고 있으니 보는 것이 힘들어졌는데
무던히 나를 쳐다보면서 살아 줬구나 하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이틀 후에 공항에서 볼 아이들이 손을 흔들 수 있도록
나도 내 모습에 조금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할 것 같다고 반성을 하며
언제부터 이렇게 달라져 버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그럼 왜 나는 그것도 모르는 채로 이 시간까지 온 걸까 하니
내가 생각보다 무척 내 얼굴과 머리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파마를 마치고 나니 미장원을 들어올 때보다 한 열 살은 젊어진 것 같아
난 내 모습에 기분이 좋아 씩 웃고 조금 전의 반성은 싹 날려 보냈는데
이걸 유지하려면... 하면서 한참 설명을 해 주시는 수고가
듣고 있으면서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에겐 드라이어도 머리에 마는 것.... 이런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