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다이어리

중년의 맞춤형 대답

by seungmom

딸아이가 새해의 다이어리를 사도 될까 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나의 결정에 도움이 되라고 그러는지

새 직장이니 새 다이어리가 더 좋을 것 같다고 한다.


거창하게 비싸서 나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어떤 디자인으로 살까 하고 묻는 것도 아니다.


그럼 월급도 받는 아이가 그걸 왜 나에게 묻는지...


불쑥 또 사니 하면서 지금 쓰고 있는 것은 다 썼니 하고 물을 뻔했는데

매년 반도 안 쓴 수첩이 한가득 이란 것을 잘 알고 있는 딸아이는

사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에 용기를 보테 달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하라고 한발 뒤로 물러나야 하는지 망설였다.


나도 이런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사도 되는 이유를 찾았는데

반도 안 쓰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써야 한다는 압박도 싫어서

사지 말까 하다가도 새로 사면 새롭게 잘 쓰게 되지 않을까 했었다.


사도 되냐고 하는 딸아이의 질문에 대답은 당연히 찬성이어야 하는데

아니라고 해도 결국 사게 될 거고 내 돈을 보테는 것도 아니니 하며

그래도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있으니 하며 갈팡질팡 헤매는데

적극 반대를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그러는 사이 주문을 했다고 한다.

그럴걸...


다이어리를 쓰는 편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내가 더 적극적으로 사서 쓰라고 안겼다.

그랬더니 매년 아이들 둘이 반도 안 쓰고 남긴 수첩으로 한가득이 되어

난 부피를 줄이려고 쓴 것만 남기고 백지들은 뜯어내어 메모지로 쓰면서

책을 제본하듯 한 글자라도 쓰인 것은 모아 부피를 줄여 두었다.

이런 노력이 아이를 망설이게 하는 건지...


며칠 후에 주문한 수첩을 받고 딸아이는 너무 좋다고 하더니

이렇게 예쁜 것을 연구실에 가지고 다니려니 아깝다고 한다.

그러면서 집에 놔두고 쓸까 하고 다시 묻는다.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했다.

기왕에 산 것이라면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강력하게 적극적으로

연구실에 가지고 다니려고 샀으니 가지고 다녀야 가치를 다 한다고

많이 써야 그걸 산 의미가 있다고 너를 위해서 가지고 다니라고

모셔 두는 일은 관두라고 하니 딸아이가 얼른 그렇지 했다.


요즘 다 큰 아이들이 나에게 듣고 싶은 대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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