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타국에서 사는 한국인으로 한국의 명절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에
정월대보름날과 추석날에는 보름달을 보면서 고마움을 전했는데
이런 걸 어떻게 내가 하게 되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딘가에서 읽고 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고는
지금까지 아이들과 하늘이 허락하면 지키는 명절 의식이 되었다.
타국에서 한국의 명절 음식은 더더욱 어렵고 분위기도 만들 수 없지만
한국의 축제를 기억하는 일은 한국인이란 것을 잊지 않게 해 줄 것 같아
일 년의 처음과 중간으로 딱 알맞게 잊힐만하면 기억을 하도록
구름이나 비만 내리지 않으면 커다란 보름달을 보도록 했는데
이 의식을 한 십 년쯤 하고 나니 아이들이 먼저 기억해 내는 경우도 있었다.
타국에서 살면 그 타국의 명절에 휩쓸려 즐기게 되는데
그러면서 아이들은 서서히 한국인의 냄새가 빠져 무취가 되어 버리고
그래서 정체성이 흔들려 혼란에 빠지는 것 같아 보였다. 특히 일본에서...
계속 타국에서 살아야 하는 두 아이에게 서로의 안부는 꼭 알리라고
생일과 새해 카드는 꼭 보내서 살아 있다는 것을 전하라고 했는데
밝은 커다란 달빛을 듬뿍 받으며 건강하게 지켜줘서 고맙다고
열심히 잘 살았다면 살짝 소원도 빌어 보라고 했었다.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정서를 느끼게 해 주면서
두 아이만 가지는 전통이 되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한국인으로 아이들과 지키는 또 하나는 동짓날 팥죽 먹는 건데
일본에서는 내가 팥을 삶아서 팥죽이란 것을 만들어 먹였었다.
팥죽이란 것보단 단팥죽에 가까운데 그렇다고 껍질을 거르지 않아
아이들은 질색을 하면서 겨우 먹는 시늉만 하고 내가 다 먹어치웠다.
미국에서도 팥을 사다가 내가 좋아하는 식의 팥죽을 만들어
아이들에게도 이 동짓날은 그냥 팥죽을 먹는 날로 잘 지켰었다.
그러다가 헤어져 살게 되면서 난 뜨거운 물을 부으면 단팥죽이 되는 것을
미리 가져다 놓거나 소포로 보내어 동짓날이 되면 먹으라고 챙겼는데
언젠가는 남아 있는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고 하기에
동짓날에 팥죽을 먹게 된 이유를 분석하고 가장 가까운 연관성을 찾아서
고심한 끝에 팥죽을 대신해서 쵸코렛을 먹으라고 했다.
색이 비슷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