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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중국에서 도망치며 버린
아이들

전쟁에서의 탈출

by seungmom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이 무사히 탈출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마지막 한 명이 떠나지 않겠다고 해서 대사관 직원 3명이 설득을 한다는 뉴스에

잘못되면 한 명을 구하려다가 3명의 목숨까지 잃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이제 무사히 한국과 연관이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사람까지 빠져나와

한국이 이렇게 철저하고 의리 있고 대담한지 조금은 그렇다고 생각을 했지만

또 놀래고 다시 끄덕이면서 같은 내용의 뉴스를 여러 방송으로 듣고 또 듣는다.


어떤 이유로든 살던 곳을 갑자기 떠나야 한다는 것에서 처참할 것 같다고

더군다나 내 나라를 떠나야 한다는 것은 많은 인연과 추억을 버려야 한다는 건데

그걸 아쉬워할 여유도 없이 가족의 안전만을 생각하면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

흥남부두에서의 탈출이나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출에서 느껴졌다.


이런 탈출을 보다가 문뜩 일본이 중국에서 탈출.. 도망을 치면서

아주 어린아이들은 도망가는 것에 방해가 된다고 그냥 버리고 간 것이 기억났다.

자신의 아이를 자기 손으로 역에 버리기도 하고 군인이 빼앗아 던졌다는 증언도

돈을 주고 소작인으로 부렸던 중국인에게 맡겼다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중국 잔류 고아 (中国残留孤児)


80년대 일본에 살던 나는 이런 방송을 보면서 조금도 안쓰럽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침략을 해서 남의 나라에 살던 인간들이 도망을 치면서 자기 자식도 버렸다는 것에서

어쩜 저런 행동이 가능한지 그땐 일본을 잘 몰랐을 때라서 나는 더 이해가 안 되었는데

중국에 버리고 간 일본 아이들을 일본에 당했던 그 중국인들이 데려다 키웠다고 한다.

이 중국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동안 땅도 빼앗고 횡포를 부린 일본인의 아이를 대할지

그런 생각을 하고서도 자신의 아이를 버릴 수 있었는지 버려야만 했는지...

그런 일본 아이를 키우는 중국인들은 무슨 마음이었는지...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그 일본 고아 아이들이 40대가 되어서

친 부모를 찾아 일본까지 왔는데 부모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모르는 체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고아들이 80년대의 일본인들과 달리 꼬질꼬질하고 일본어도 모르고

부모라는 사람들도 중국에서 도망 나와 중국에서 살았었다는 것을 숨겼는데 이제와...

그러면서 자기 자식인 것을 처음 몇 년은 거의 다 거부했던 것으로 난 기억하고 있다.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일본인 부모들도 몇 년이 지나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흐름에

내 자식이라고 나타나는 부모들이 생기기 시작해서 일본에 정착을 하도록 법도 생겼었다.


이 기억은 내가 일본에 살면서 일본에 대한 감정을 더 나쁘게 만드는 작용을 했었다.

여차하면 자식도 버리는 인간들인데 아무리 친하게 지내도 나를 도와줄까 하는 불안에

일본에서 사는 하루하루가 뭔가에 대한 방어로 차분하지 못했다.


중국 잔류 고아 다음엔 브라질로 이민 갔던 일본인 2세 3세가 잘 사는 일본으로 왔는데

닛케이 브라질인(日系ブラジル人)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중국 잔류 고아 덕분인지

처음엔 일손을 보탠다고 엄청 환대를 해 또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었다.

고아들은 본인의 의사가 아니었고 브라질 이민자는 알면서 떠나간 사람들인데

행색이 더 나아 보이는 브라질 이민자에게는 전혀 다른 대접을 하는 일본인과 일본에

이 나라는 나와 전혀 맞지가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일본이나 일본인들이 하는 짓은...

브라질 이민자의 후손들도 일본의 예절도 모르고 일본어도 못한다며 환대가 급 냉대로

다시 브라질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겨나니 차라리 잘 된 것이라고 하는 뉴스는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말보단 살던 곳에서 사는 것이 낫다는 둥 2세는 일본인이 아니라고

일본인 입장에서 당장 편하게 느껴지도록 생각하는 것에서 다시 한번 또 놀래야 했었다.


흐릿하면서도 느낌으로는 확실하게 머리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기억을

글로 쓰려고 찾아보니 내가 86년도에 봤던 그 영상들은 사라지고 좋은 이야기만 남아 있었다.

그 사이 일본의 역사 수정이 중국 잔류 고아들의 역사에도 적용을 시켰나 본데

지금 일본은 이들을 받아들이기는 했어도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중국 잔류 고아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주지 않아 노인이 된 이들은 복지 시설도 쓸 수 없다고 한다.


처음부터 자신의 나라에서 그대로 그 국민으로 살아야 한다.

전쟁을 일으켜서 이나라 저나라 국민들을 억압하더니 결국 자신들도 그 모양이고

자신의 나라를 위해서 라며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자신의 나라를 정말 위하는 것인지

도움이 되는 병원까지 폭파시키는 그들은 국민도 없이 종교만 남으면 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를 해 보려고 해도 가능하지가 않다.


내가 이런 경우라면 최종적으로 무엇을 위해서 탈출을 하게 될까 하고 나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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