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착오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조용히 기다린다.
이런 시간이 2년이나 되어가는데 나는 조금도 발전하지 못하고
처음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날부터 나에게 조심시켰던 일들만은 지키며
꼭 필요한 일이 아닌 것은 모두 코로나가 끝나면 하자고 미루고 미뤘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배달 음식에 손을 대고 앉아서 한눈에 여러 식당을 보며
이런 천국이 이 시대에 있었구나 하면서 별천지를 맛보았다.
그리고 매번 한 방향만 봤던 유튜브가 다른 세상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그래서 나도 몰랐던 나만의 취향을 내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지내니 지루함을 몰랐고 이렇게 안일하게 살아도 내 탓이 아니어서
마음 편하게 그저 열심히 살아왔으니 지금은 휴식 기간이라고 생각하자고
다 지나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니 그때 다시 열심히 하면 된다고
모든 생활을 확 접어놓고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이 시간을 즐기자고 했었다.
그런데 이 시간이 2년을 지나 3년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지금 고베의 내 집은 그냥 비워둔지 2년이 되어가려고 하는데
마지막에 떠나면서 어떤 준비를 해 두고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집안에 들어온 습기와 거미들이 판을 치고 있을 텐데...
그래도 쓸데없는 우편물로 우편함이 그득해진 것은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꺼내 두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석 달에 한 번은 가서 해야 할 소소한 일들이 있었는데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는 나은 거라고
부산에서 여름과 겨울을 오랜만에 지내보는 것도 좋겠다고 마음먹고
엄청 편하게 부산에서 지냈더니 그 시간이 이렇게나 길어졌다.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을 뿐 머리를 써야 하는 것은 열심히 했는데
석 달씩 옮겨 다니면서 살았던 리듬은 흔적 없어 사라져 이젠 힘들 것 같다.
이러고 지내는 사이에 움직임이 적어서 그런지 긴 여행은 어려울 것 같고
세 나라를 다니면서 하던 청소는 생각만으로도 버겁다는 기분이 든다.
아이들에게도 가서 봐 줘야 한다던 사명감은 언제 사라졌는지
잘들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 가도 되는 거 아닌가 하며 합리화한다.
한참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아직은 여기저기에 늘어놓은 살림을 정리해야 하는 일들이 남아 있는데
그걸 그대로 놔두고 시간만 지나면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겠지 했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으로 돌아가도 내가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코로나가 없었던 시간과 코로나가 지나가고 난 시간은 똑같을 수가 없는데
나는 단순하게 잘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계획으로 실천을 한 것이다.
이 지나가는 시간도 달라지는 세상에 잘 적응하도록 연습이 되어야
코로나가 지나간 시간에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한다.
남은 인생에 대한 생각이 이번에 많이 달라졌다.
이곳저곳에 나의 삶의 흔적을 늘어놓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지고 있는 것들도 과감하게 줄어야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다고
부산 이곳이 내가 꼭 살고 싶은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