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mom Oct 27. 2022

공동경비구역 영화가 꺼낸 시간

20년 만에 다시 본 영화

이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종료한다고 해서 다시 봤다.

미국에서 아이들과 한국 영화라고 비디오로 빌려서 본 영화로

어렴풋이 기억나는 줄거리를 떠올리며 그래서 어떻게 끝났었지 하며

이렇게 쉽게 볼 수 있을 때 제대로 봐 두자고 시작을 했다.


일본에서는 한국 영화를 볼 수 없었다.

미국에 와서도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지만 비디오로 뭐든 다 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한국말로 한국사람이 나오는 영화를 보여 주고 싶었다.

한인 마트가 있는 곳에는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주는 곳이 반드시 있었는데

덕분에 오락프로도 일일 드라마도 비디오테이프로 다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집들은 이런 비디오를 빌려 보면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영어만큼이나 한국말도 중요하고 한국의 생활을 느낄 수 있어서

아이들을 핑계로 열심히 빌려다 봤는데 그때 누군가의 추천이 있어

이 영화도 빌려와 아이들을 앉혀 놓고 집안에 불도 끄고 관람을 했었다.


이렇게 영화를 봤던 그 순간들은 다 기억이 난다.

확실한 제목은 기억에 없었지만 화기애애했던 장면의 기억은 뚜렷한데

다시 보니까 내가 모르는 장면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것에 놀랬다.

나도 힘든 장면은 잊고 싶었었는지 입을 다물고 서로를 위하는 장면들은

다른 하나의 영화같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있어 난 뭘 봤을까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미국에 가서 한 2년은 아이들이 서툰 영어에 한국어에 정신이 없었는데 

나는 그 아이들의 눈치를 봐가면서 미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애를 썼다.

그래서 한국 영화를 보면서도 한국어의 전달이 안되면 어쩌나 하면서

아이들의 얼굴을 봤던 것이 영화를 본 것보다 더 많았던 것 같았다.


이 영화가 나에게 미국에 가서 치열하게 지냈던 2년을 뒤돌아 보게 했다.

그 2년 동안 난 어떤 생각으로 지냈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무모했는데

그저 매일이 버겁고 지쳐서 다른 생각이 없었던 그 시간들을 사진으로 보니

십 대인 내 아이들의 얼굴이 어찌나 귀여운지 이렇게 어릴 때도 있었구나 했다.

좀 더 자세히 머릿속에 남겨 두었어야 하는 그때의 아이들의 모습도 

진지하게 앉아 감상할 수 없던 영화도 미국 생활이 어떠했는지 느껴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 유학이 나에게는 40대를 순간 지나가게 만들었으며

나는 내 아이들의 10대도 그냥 지나가게 만든 것 같이 느껴져 너무 아쉽다.

혼자 고민하고 결정해서 떠나온 것에 절대로 후회는 하지 말자고 했는데

열심히 투쟁하듯이 살아도 이런 아쉬움은 남는지...


영화는 전혀 본 적이 없는 마지막을 나에게 보여줬다.

그렇게 미련을 떨지 말고 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많은 즐거운 시간들이 추억을 만들면서 정이 들어버렸는데

그래서 서로는 서로를 감싸려고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알아낸 것을 그대로 말해 버린 것에 후회를 할까

결국엔 그걸 감당하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게 된다는 것에서

그 가슴앓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여워 마지막 장면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며칠 전에 딸아이가 Westfield Century City에 있는 AMC 영화관에서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다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고 왔다고 했다.

나는 언제나처럼 Korea타운에 있는 한국 영화관에서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딸아이도 이 영화를 이런 유명한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관객이 대부분 아시아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백인들이 와서 봤다고 했다.

그런 딸에게 내가 공동 경비 구역 영화를 다시 봤다며 같은 감독의 영화라고 하니

딸아이도 셋이서 같이 본 것이 기억난다며 다시 한번 더 볼까 하기에

아쉽게도 내가 종료하는 그날에 봐서 이젠 볼 수 없다고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bbb 통역봉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