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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Jun 12. 2023

부산의 버스와 고베의 버스

역시 나는 한국인이었다.

이런 것까지 비교를 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동경의 버스에 대해 사람을 중요시한다며 좋은 점만 강조를 하니

댓글에는 일본의 버스를 한국 버스와 비교를 해 가면서 나쁜 점을 들추어

일본에 대해서는 성격이 더러워지는 내가 참지를 못하고 말았다.


나는 동경의 버스는 타 본 적이 없지만 오사카와 고베의 버스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느낀 점을 이야기할 수 있어 그 인간적인 면을 써보려고 한다.


난 일본에서는 차를 몰아 본 일이 한 손가락으로 충분할 정도로

거의 버스와 전철로 오사카에서 거의 20년을 고베에서 5년을 살았다.

오사카는 20년 전 일이라고 해서 관두고 고베는 최근 몇 달도 살다 왔으니

현재의 일본의 버스에 대한 이야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데

아마도 동경은 아주 큰 도시이고 해서 서울과 부산을 비교하기 힘들듯이

동경보다 작은 도시인 고베도 그럴 것 같아 일본의 버스라고는 안 쓰기로 한다.


고베에서 몇 달을 지내다가 부산에 와서 처음 버스를 탔을 때의 기분은

속이 시원했다는 것으로 버스 안의 크기도 의자의 공간도 커서 

언제나 구겨 앉아야 했던 고베 버스의 크기가 얼마나 작았었는지

두 명이 앉아야 하는 자리에 체구가 큰 사람이 앉으면 같이 앉기 힘들었다.


부산에서 고베로 가서는 버스 안의 방송이 그렇게 시끄럽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고베에서 부산으로 와서 고베의 버스가 얼마나 말이 많았었는지 알게 됐다.

일단 부산의 버스는 아무 말이 없다.

그저 내리는 곳이 어디고 다음 정거장이 어디라고 하는 방송 정도로

운전기사가 따로 마이크로 하는 말은 거의 없을 정도인데

일본은 아예 운전기사가 마이크를 정착하고 있으니 여기부터 다르다.


운전기사가 어떤 말을 할 건지 무슨 할 말이 있는 건지 

들어보면 정말 사람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되는데

그게 처음 그 노선의 버스를 탄 사람이라면 감탄을 할 거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면 거의 같은 버스를 타게 될 텐데

그래서 가고 오고 하면서 계속 같은 안내 방송을 듣는다면 어떨지

그저 졸지 말라고 하는 방송 정도의 역할만 하게 될 것 같은데 

지침서에 그렇게 하라고 쓰여 있었는지 다들 알고 있는 말을 했다.









고베의 내 집은 산 중턱인데 그 비탈길을 올라갈 때면 방송을 한다.

이제부터는 언덕길이니 꼭 잡으시길 바랍니다... 하고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회전을 하려면 돌기전에 이제부터 회전할 거라고 말하고

버스요금은 내릴 때 내는데 그때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맙다고 한다.

승객이 타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내릴 때도 미리 일어나지 않게

정류장에 도착하고 나서 일어나도록 충분히 기다려 준다.


맞다. 좋은 점만 나열하면 정말 사람을 배려하는 그런 버스로 

나이가 들은 사람들에게는 눈치 안 보고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매번 같은 버스를 타고 나가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같은 곳에서 꼭 회전을 할 거니까 조심하라고 하고 꼭 잡으라고 한다.

승객이 많으면 고맙습니다의 말이 고마.. 니다 정도로 빠르게 말을 하면서

저녁이 되면 쉰 목소리로 하긴 하는데 힘들게 들려서 도리어 불편했다.

어쩌다 승객이 빨리 앉지 않으면 앉으라고 마이크에 대고 한소리를 하고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면 아직이라고 앉아 있으라고 면박을 줬다.

위험하다고 그러는 것 같지만 강압적인 것이 겁이 나고 창피해져서

햇볕에 자리를 옮기고 싶어도 꾹 참고 앉아 있어야만 했다.


버스가 엄청 천천히 달린다. 

거리의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그렇게 천천히 달려도 타고 내릴 사람이 없으면 빨라져서 시간을 조정하자고

어느 정류장에서 시간을 메꾸려고 하릴없이 버티는데 그때엔 시동을 꺼 둔다.


시동이 꺼지면 에어컨도 같이 꺼지니까 버스 안은 모든 냄새가 섞이는데

습기가 많은 나라의 냄새가 아직은 날이 추워서 그 특유의 냄새가 조금은 덜했다.

왜 이렇게 운행을 하는지 아마도 시간표를 지키자고 하는 것 같지만

대낮에는 시간표대로 정류장에 오는 일이 얼마 없으니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정류장의 시간표도 아직 종이로 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냥 버스 안은 시끄럽지만 달리는 것은 조용히 천천히 달리는 것이 고베 버스라면

부산의 버스는 버스 안은 넓고 조용하면서 달리는 것은 가능한 빨리 하는 것으로

아직 후들거리는 다리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산의 버스가 버스의 역할을 한다고

버스라는 것은 교통의 수단이니까 그게 맞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어떤 것도 사람을 중요시한다는 좋은 점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걸 일본과 한국으로 비교하면서 일본이 더 사람을 위한다고 하면 곤란하다.


난 절대로 한국이 일본처럼 되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가 않다.

일본이 한국보다 나은 점이 있기는 한데 그것이 눈치를 보면서 하는 일이었다면

그냥 솔직하고 사람답게 허점을 보이면서 사는 사회가 더 좋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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