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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Nov 25. 2023

엄마가 집에 있으니 좋네요.

흐뭇하면서 어색한 말

LA 아파트에서 아들 없이 딸과 한 달을 지냈다.

이 딸아이가 단둘이 지내니까 많은 것이 다르다고 한다.


코로나로 3년 반 만에 같이 지내게 되어 그랬는지

딸아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좋다는 말을 꺼냈다.

집에 엄마가 있으니 좋네요 하는 말을 생각났다는 듯이 하는데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는 것에서 많이 신기했다.


보통 다 듣고 사는 이런 말에 내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딸아이에게서 거의 들어 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아들은 솔직한 표현을 그래도 하는 편인데 딸은 달랐었다.


딸은 말을 많이 줄여서 하는데 이건 듣는 내 입장에서 그렇고

딸아이는 그저 보통 하는 말로 뜻은 전달한 것으로 되어 있다.

밥은 먹었니 하는 물음에 시간이 몇 시인데요 한다.

그럼 난 더 묻지 못하면서 먹었다는 말인지 아직인지

끼니는 잘 챙기는지 궁금해서 한 말에 답을 찾지 못한다.


이랬던 대화가 먼저 자기감정을 담아서 말을 건네는데

처음엔 아이가 부드러워졌다고 달라진 것에 좋아했다.

그런데 하루에도 몇 번씩 들으니 가엽다는 생각으로

3년 반의 시간이 아이를 강제로 바꿔놓은 것 같았다.


일본에서도 미국에 와서도 딸아이는 나와 부딪쳤다.

딸아이는 그 시간이 기억에서 사라졌는지 떠올리지 않는데

어쩌다 이야기를 해도 그랬었나 할 정도로 무덤덤했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아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안 해봐서

처음 들었을 때엔 내 딸이 맞나 하면서 쳐다봤었다.


이런 말을 그냥 한다는 것을 본인은 느끼고 있는지

마음에서 나오는 말인 건지 그냥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이전에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같이 있어 좋다는 말인지

달라진 딸에 나는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유를 찾으려 했었다.


혼자 지내는 것이 많이 힘들었었나 하는 생각도 하고

내가 나이 들어서 딸에게 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인가도

그럼 그전에는 지금의 나 같은 엄마가 아니었나 하면서

좋은 쪽으로 변하는 딸과 엄마의 관계여서 다행이라고

적어도 나와 내 엄마의 관계는 아니라는 것에서 안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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