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mom Dec 06. 2023

한국산 롱패딩의 능력

한국인의 탁월한 선택

뉴욕에 있는 아들이 장갑을 사야 한다고

몇 년 전에 유펜을 다니면서 쓰고 고이 모셔둔 장갑이

바닥 쪽에 있던 비닐이 갈라지고 떨어진다고 보여주는데

영상통화로 보여주는 그 사이에도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놀래서 그거 닦아내기 힘든다고 얼른 버리라고 하고

당장 비닐이 붙어있지 않고 가죽도 없는 것으로 골라 사면서

갑자기 추워져서 장갑이 있어야겠다는 말에 목도리도 사서

그대로 들고 과자 몇 봉지를 사서 보태어 우체국에 가서 보냈다.


지내는 방이 좁아 겨울옷은 여행가방에 넣어 두었었는데

그 가방을 열어 하나둘씩 꺼내 입더니 장갑 이야기가 나와

그렇게 추운 거냐고 하니 꼭 장갑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하철만 40분 이상을 타고 그러면서 걷는 거리도 꽤 있는데

먹을 것을 사려고 원하는 마트에 가려면 또 걸어야 한다.

뉴욕의 지하철을 한여름에 타 봤는데 한국만큼 시원하지 않아

겨울에도 그렇게 따뜻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것도 신경 쓰였다.


아들은 11월 한 달 동안 있는 겨울옷이라는 것을 모두 꺼내어

나름 기온에 맞게 겹겹이 잘 끼어 입고 다녔다며 설명을 했는데

그동안 살았던 LA에서는 춥다는 정도가 긴팔 얇은 스웨터 정도로

정말 겨울옷이라는 수준의 두꺼운 옷은 필요 없었다.

유팬에 다니면서는 겨울옷이 필요했지만 계속 살 거는 아니라고

옷들을 겹쳐 입는 것으로 외투는 두께를 가능한 적은 것으로 사서

딱 한벌로 버텼는데 겨울방학은 따뜻한 LA에서 지내 가능했다.


이렇게 살았던 덕분에 아들은 겨울옷이라는 것이 거의 없는데

부산에 와 정말 겨울다운 겨울을 보내며 겨울옷이 필요하게 되었고

다양한 종류의 겨울옷을 장만하게 되어 뉴욕 갈 때 들고 갔었다.

그랬던 옷들 중에 최강의 롱패딩이 있었는데

부산 해운대에서 설날 해 뜨는 것을 보자고 하는 아들 요청에

그 새벽에 추위를 이겨내려면 롱패딩이 있어야 한다고

딱 한번 입고 다시는 입을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아들과 같이 적당한 가격에 세일도 하는 그런 것으로 샀는데

그게 디자인도 꽤나 좋으면서 따뜻하기는 최고였다.


아들이 영상통화를 하면서 역시 한국인의 선택이 똑똑하다며

롱패딩을 꺼내 입었는데 장갑도 목도리도 필요 없다고 했다.

패딩에 모자도 있고 입까지 올라오는 지퍼가 있다면서

꼭 디자인 한 사람처럼 자랑을 하는데 진작 꺼내 입을걸 그랬다며

색도 차분하니 촉감도 좋다며 패딩의 좋은 점을 설명했다.


나는 그 두툼한 것을 입고 가면 어디에 두냐고 했더니

대학원생 수업은 몇 명 안 되어 빈자리가 많다고 옆자리에 둔다며

건물을 들어가기 전에 지퍼를 열어서 몸을 차갑게 해야 할 정도로

패딩이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반팔티에 긴팔 셔쓰만 입는다고 했다.


패딩 하나가 여러 가지 고민을 해결한 것이라고 너무 편하다며

한국인들이 유난스럽게 롱패딩을 입는다고 했지만 몰라서 그렇다고

학교를 다니면서 입어보니 그 선택이 뭘 의미하는지 알았다고 

한참 롱패딩의 칭찬만 하고 이야기를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집에 있으니 좋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