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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Nov 27. 2023

건성피부와 바디로션

추워지기 시작하면 

대중목욕탕에 가면 꼭 보게 되고 그럼 속으로 욕을 했었다.

목욕탕에 배치되어 있던 보디로션을 온몸에 덕지덕지 바르는

그런 중년 아줌마들의 행동을 보면서 공짜라고 저런다면서

젊은 여자들은 안 그러는데 꼭 나이들은 여자들이 체면도 없이

바르는 것도 요란하게 소리를 내면서 바른다고 싫어했었다.


이런 기억을 싹 까먹고 30년이 지나 다시 한국 생활을 하면서

찜질방을 갔더니 여전히 나이들은 여자들이 소리를 내면서

온몸에 바르고 있었는데 정말 너무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날이 더워지면 얼굴에 바르는 것도 확 줄여 버릴 정도로

뭔가 끈적거리는 자체가 더 덥다는 느낌으로 싫어했다.

그래도 날이 추워지면 얼굴에도 3가지 정도는 바르는 식으로

다리와 팔에도 건조해진다고 살짝 바르는 시늉은 했었다.


내 피부는 내 엄마의 표현으로 푸석거리는 피부라는데

그게 뭘 의미하는지 이 나이가 되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만

뭘 몰랐던 젊은 시절에는 내 피부가 건성이어도 쓸만해서

여름엔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도 잘 살아갔었다.


일 년 내내 축축한 일본에서 20년을 살면서는 관심이 없어

내가 건성인 것도 느끼지 못했고 젊어서 피부 탄력이 좋았다.

미국에서 10년은 바다가 가깝다는 곳에서 살아 그랬는지

적당한 습기가 있어서 얼굴이 당긴다는 의미를 몰랐었다.


중년이 되어 부모님의 일로 부산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면서

나는 긁기 시작하고 친구가 심하게 잔소리를 하고 나서야

내 피부가 건성이라는 것이 생각나고 조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벌겋게 좁쌀 같은 딱지가 꽃밭을 만들기 전까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끈적거린다는 것에 거부만 했는데

3년째의 겨울이 되니 꽃이 피기 전에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순한 바디워시도 사고 바디로션이라는 것도 바르기로 했다.


정말 처음 발랐던 날은 발랐다가 다시 샤워를 해서 씻어 냈는데

바르니 간지럽지 않아 긁지 않으니 빨간 꽃도 생기지 않아 좋았다.

그렇게 한해 겨울을 보내고 나면서 나도 바디로션을 애용했는데

그래도 여름에는 정말 바르기 힘들어 아직도 쓰지 않는다.


그러다가 슬슬 날씨가 추워지고 내 피부가 푸석거리면

바디로션 사용양도 늘어나고 바르는 면적도 넓어지는데

어느 날 두들기면서 요란스럽게 바르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대중목욕탕에서 온몸에 바르던 그 아줌마들이 했던 그 행동을

속으로 그렇게 멸시 비슷하게 했던 그걸 내가 하고 있다는 것에

나도 내 행동에 놀라 잠깐 멈칫하면서 주저했다.


절대로 하지 말자고 했던 행동을 시간이 하도록 만들었는지

나의 의지나 생각과는 다르게 나도 편하게 하고 있었는데

이 나이에도 반성을 하며 미안해해야 하는 일이 있구나 하며

그 나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구나 했다.


그래서 내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이 나이들은 나 같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한숨을 쉬거나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잘 설명하면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잘못이란 것을

그래서 서로서로의 입장을 인정해 주자는 말을 이해했다.


나도 덕지덕지 바르던 그 아줌마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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