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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Dec 08. 2023

한국 드라마에서 선전을 하길래...

하트 모양의 빗을 사려다

조금 있으면 딸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뭐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물으니

딸아이가 머리빗을 사다 달라고 메시지에 써 놓은 것을 보고는

이때까지 썼던 쿠션브러시를 말하는 거냐고 다시 물으면서

요즘 드라마에 예쁜 하트 모양의 머리빗도 있던데 어떠냐고 했다.


정말 드라마를 보면 자주 하트 모양의 빗으로 머리 빗는 모습이 나와

빗이라는 것에 별 관심이 없던 내가 기억을 했는지 말을 꺼냈는데

딸아이도 찾아보더니 예쁘다고 사 달라고 해서 어떤 색이 좋으냐며

다양한 색이 있는 것 같더라고 고르라고 했었다.


들고 다니면서 쓰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주문을 하자고 찾아보는데

가격들이 너무 달라서 왜 이렇게 파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거기다가 일본에서 직접 사 온 것이라는 문구도 있었는데

한국 것을 왜 일본에서 사 왔다는 것인지 하면서 이걸 이해를 하자고

일본에서만 파는 색이 있나 보다 하고 이렇게 하면 남는 건지 했다.


당연히 한국 회사라고 생각하면서도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뒤졌더니 떡 하니 일본 것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걸 그렇게 한국 드라마에서 선전을 했다는 것에 화가 났다.

일본 것을 한국에서 그렇게 열심히 광고를 해 줬다는 것인데

광고비는 일본에서 받았으니 한국에서 손해 본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 드라마를 보는 외국인들은 이것을 한국제품으로 생각할 텐데

그들은 나보다 똑똑해서 잘 알아 볼건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일본은 광고비에 비해서 엄청나게 이익을 얻을 것 같다.

광고비를 얼마나 많이 받으면 남의 나라 물건을 선전해 주는지

조금 작게 받더라도 한국 제품을 드라마에서 써 주면 안 되었는지

그동안 드라마에서 쓸데없이 머리 빗는 장면이 나와도 좋다며

이렇게 해서 세계 각국에 자연스럽게 선전을 하게 되는 거니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로 물건을 만들고 드라마로 선전을 한다고

이런 나라의 사람인 것에 자랑스럽고 엄청 푸근해서 좋았었다. 


그랬던 물건이 일본 것이라니 잠깐 충격에 정리가 안되었다.

한국 사람들끼리는 서로 돕는 방법도 알뜰하면서 특이하다고

역시 한국인들은 다르다고 엄청 아이들에게 자랑을 했었는데

이게 아니었다고 하니 배신감에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딸아이와는 이야기가 끝났는데...

이제 와서 이 사실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많이 망설였다.


내 나라 밖에서 한국 여권으로 살면서 가지는 마음가짐은

한국 안에서 살 때와는 많이 다른 가치와 평가를 가지게 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뭐든 한국 것에 대한 평가가 공평하지 못해서

일본 것을 쓰면 한국 것이 나빠서 일본 것을 쓰는 거냐고 해서

가능한 한국 것을 쓰는 것으로 한국에서 사다 썼었다.

비용도 싸서 절약도 되었고 일본에서 당당할 수 있어 좋았는데

이렇게 살다가 미국에 가서도 가능한 한인마트에서 파는 것으로

점점 좋아지는 한국 제품을 아이들과 느끼면서 사다 썼었다.


그래서 한국 물건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에게

말없이 일본 제품을 사다 주는 것이 엄청 꺼려졌는데

마음에 든다고 했던 아이에게 써보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몰랐다가 연구실 사람들이 한국 것이냐고 물으면 어쩌나 하고

사실대로 말하고 사다 주면 쓴다고 해도 찜찜할 텐데 하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이 모든 생각들과 일본 것이라고 알리고 전하자고 했다.


딸아이에게 그 하트모양의 빗이 일본 제품이더라라고 했더니

다행히도 단번에 딸아이는 그럼 사지 말라고 했다.

덕분에 난 긴 설명이나 변명을 하지 않아도 되어 고마웠는데

역시 내가 키운 내 아이이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든든했다.


한국 물건이 별로 좋지 않을 때도 열심히 쓰고 살았는데

지금은 한국 물건이 명품이나 마찬가지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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