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이사하게 만들었다.
셰어 하우스 꼭대기 층에는 여자 두 명과 남자 4명이 지냈다.
벨기에 본국에서 운영하는 뉴욕의 셰어 하우스라서 그런지
4명 중 2명은 유럽에서 온 영국인과 프랑스인이라고 했다.
사교적인 키가 엄청 커서 올려다봐야 하는 영국 젊은이는
처음 그 집으로 이사하는 날에 인사를 해서 기억을 하는데
그 외의 아이들은 전부 아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 들었다.
그 셰어 하우스는 바로 아래층에 부엌과 식탁과 소파가 있어
식사는 절대로 그곳에서만 하도록 되어 있었다고 했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아들은 그들과 그럭저럭 잘 지냈었다.
거의 반년 정도는...
여자아이 두 명은 미국인으로 한 명은 출판회사에 다니고
또 한 명은 대학원에 다닌다고 했다는데 둘은 많이 친해서
셰어 하우스에 있는 남자들을 호감도로 줄을 세우면서
좁은 방을 피해 소파에 앉아 종종 떠들었다고 한다.
아들은 자신이 필요하지 않으면 별로 말을 꺼내지 않는데
왜 영국아이가 떠나야 했는지 등에 대한 것은 물어봤다며
모든 소식통이 되어준 여자아이들 덕분에 분위기를 읽어서
어디에도 쏠리지 않고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여자 아이들도 딱 6개월을 살고는 다른 곳으로 떠났는데
같은 이유로 아들도 떠날 결심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여자아이들이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가 자꾸 줄어든다며
각자의 밥을 차려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프랑스 남자아이가 아무런 느낌도 없이
내가 가져갔는데 하더니
필요하다면 가져다줄게 몇 장이 필요한 거니? 라며
정말 당당하게 미안함도 없이 자기 것을 빌려 주는 식이었다고
그때의 충격을 이야기하는 아들의 표정은 혼란스러웠다.
이 공공시설인 부엌에 있는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셰어 하우스의 규칙으로 프랑스 남자아이도 들었을 텐데
듣고도 저런 행동을 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가져갔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것은 또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도 어쩌다 그렇게 되었겠지 했는데
그 프랑스 아이는 남의 것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았다고
자신의 것을 잘 지키는 아들의 입장에서는 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다가 영국아이가 나간 방에 프랑스 아이의 친구가 왔는데
이 남자아이는 한술 더 떠서 냉장고에 넣어 둔 아들의 것을
아들이 빤히 앞에 앉아 있는데도 꺼내 먹었다고 한다.
몇 번의 주의를 줬는데도 알았다고 할 뿐 고쳐지지 않았다는데
아들은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서둘렀다.
난 그래도 전기 수도 와이파이등의 요금이 무료이고
일주일에 한 번은 청소를 해 주면서 세탁비도 없어서
아들이 받는 월급을 여유 있게 쓸 수 있게 해 주는 곳이니
참을 수 있으면 그대로 있기를 바랐었는데...
아들은 프랑스라는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나는지
절대로 프랑스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