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그날까지 잊지 않으려 한다.
자려고 누워 막 잠 속으로 가려는데 아들이 메시지를 보냈다.
그저 별일 아닌 것으로 얼른 이모티콘 하나를 붙였는데
그 잠깐도 잤던 것인지 막 오던 잠이 저 멀리 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뉴스나 읽으면서 잠이 오길 기다리자고 했는데
그 뉴스가 나를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열게 만들었다.
계엄이라는 단어가 그냥 불안하게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게 경찰이 막고 있어서 담을 넘었던
그 계엄이라는 것을 하겠다고 하는 발표를 막 했다고 한다.
왜! 하는 의문이 들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무슨! 하는 말이 먼저 나오고 뭘 믿고 저러나 하는 생각에
국민이 얼마나 지지해 줄 거라고 일을 벌리나 했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국민의 표정도 지지율도 상관이 없는 듯
나라의 신용도 경제도 자신의 일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주변의 인물들도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쩜 계엄이라는 큰일을 저지른 사람에게 동조를 하는 건지
당이라는 큰 조직이 중요해도 가장 큰 틀의 나라가 우선인데
사람의 의식 구조는 정말 다양하구나 하는 것에 무서웠다.
한 나라의 국민들 앞에서 했던 말은 절대로 잊지는 않았을 텐데
몇 시간 후에 그걸 뒤집는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저런 신념 없는 용기가 있어서 저 자리까지 올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하면 저런 뻔뻔한 용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새벽까지 깨어서 뉴스를 보다가 잠 시간을 놓쳤다.
어떻게 7일이 되어 그동안 엉망이 된 리듬이 제자리를 잡고
멀쩡한 정신으로 투표 장면을 보는데 일어나 나가고 있었다.
국회 바깥에는 국민들이 모여 한 명 한 명을 주시하고 있는데
이들은 태연하게 자리를 떠나면서도 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적어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직장을 얻어서 일을 하는 입장에서
일을 하는 시늉은 내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하는데
국민에게 말장난으로 변명만 늘어놓으면서 믿어 달라고 한다.
무엇을 보면서 믿을 수 있는지 믿어 봐도 될 것 같은 무엇이
그 무엇이 있던 것 마저 사라지고 있는데 이들은 모른다.
국민에 나라에 죄를 저지른 사람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 할 수 있는 짓거리인지 더군다나 정치가 이라면서
초등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싸우다가 빡빡 우기는 꼴 같아서
정말 나라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화가 났다.
죄를 짓고도 그 대가를 모두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지
적당하게 잘 넘어가면 되더라는 식으로 이번도 그렇게 할 건지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 못 하는 나도 이번엔 참지 않으려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과 말을 얼마나 진지하게 잘 실행했는지
잘 기억해서 죽은 그날까지 꼭 투표는 하러 나가려고 한다.
당의 이름이 바뀌어도 나는 기억해 둘 거고
이번에 앞장서서 변명을 늘어놓고 말을 바꾼 이들에게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권한을 모두 행사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