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보다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저번보다는 조금은 편한 기분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원해서 가는 것이 아니어서 마음이 항상 무거웠는데
이러고 계속 살 수는 없다고 마음을 바꾸자고 하면서
이것도 일종의 봉사인 거라고 도와주러 가는 거라고
돌아와서 4주 만에 다시 1주일을 보내고 돌아왔다.
이번 일주일은 고베집에서도 다 지내지 못하고
봉사를 간 지역의 호텔에서 2박 3일을 보냈는데
그래서인지 고베집이 차라리 더 나은 것 같았고
따뜻한 호텔보다는 익숙한 내 공간이 마음 편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왜 이렇게 정이 안 가는 것인지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거슬리면서 거부하는데
그냥 받아 주자고 마음먹어도 그러면 바보가 된다고
그런 경험을 기억이 잊지 말라고 나를 자극한다.
그래서 내 공간인 고베집은 최고의 피난처가 되는데
모든 물건이 눈에 익숙하고 추억이 있어 편안하다.
그러니까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안락한 곳으로
내가 나로 살아가게 만들어 주는 공간인 셈이다.
고베집은 부산의 공간인 오피스텔보다 훨씬 넓다.
집안의 시설은 모두 새것으로 되어 있어 좋은데
특히 싱크대는 마음에 쏙 들어 뿌듯해한다.
이런 고베집에서 베란다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은
오션뷰라고 하는 바다가 진짜 저 멀리 보이는데
산 중턱에 지어진 아파트여서 경치 하나는 최고다.
덕분에 산 바람이 불어오는 시간대에는 굉장한데
바람이 지나간다고 창틀 사이로 소리가 들려오고
현관을 나서면 이런 나도 날려 보내려는지 엄청나
자연과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이런 집에서 조금만 생각을 밖으로 돌리면
나만 덩그러니 하늘에 떠 있는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오션뷰가 나에게 주는 것은 일본에 있다는 확신이며
뭐라도 먹어야지 하고 냉장고 문을 열면 일본이라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일본이라고 시끄럽게 알려준다.
부산의 공간에도 하나뿐인 창문으로 바다가 보인다.
고베 집에서 보다는 좀 더 가까이 바다가 보이는데
이 바다는 지금 이 추위에도 편안하고 푸근하다.
창밖의 풍경에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다른 이유가 뭔지
조금도 불편함이 없이 모든 것이 평안해 보였는데
나는 막 일본에서 돌아와 오피스텔 문을 열면서도
이 공간이 이렇게 넓었었나 하면서 신기해했었다.
돈이 모이면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옮겨야지 했는데
이번에 돌아와서 느낀 감정으로는 이 공간이 최고라고
이 나이에는 적당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만족했다.
닦아야 하는 공간이 작다는 것에서 너무 편했고
집안이 따뜻하다는 것에서는 삶의 질의 문제였는데
가볍게 입어도 되는 것에 이게 자유라는 거구나 했다.
부산에 돌아와 4주일 만에 다시 가서 그랬는지
그저 해야 하는 일만 했던 때와는 다르게 느끼면서
내 감정을 읽어보려고 노력하다가 확실하게 알았다.
나와 일본은 좋은 관계가 되는 일은 없겠다고
막연하게 했던 기대도 아예 접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