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대신해서 집을 지켜준다.
이 고베집을 지켜주는 습기 제거제를 이번에도 대량으로 샀다.
대량으로 샀다는 것은 다 쓴 대량의 습기 제거제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일본집에 있는 크기의 벽장에 아이들의 지난 추억이 많아서
가능한 듬뿍 10개 정도를 넣어두는데 덕분인지 추억이 무사하다.
3개월에 한 번씩 드나들 때는 습기 제거제가 조금은 남아 있었는데
3년 만에 왔을 때엔 통 안에 가득 찬 물의 색이 맑지 않았다.
통에 물이 가득하면 바꿔야 하는 시점이라고 하는데
1년 반만인 이번에는 물이 가득했는데 맑은 물이었다.
습기 제거제를 새것으로 바꿔 놓을 때는 집안 행사 같은데
싱크대에 한가득 쌓아 놓고 종이 같은 하얀 것을 떼어 내고는
통 안에 고인 물을 버리고 헹궈서 말리는 그 순서가 능숙해졌다.
이불이 있는 장에도 넣어 두고 옷이 있는 장에도 넣어 둔다.
신발장에도 넣어 두고 종이만 있는 곳에도 사진이 있는 곳에도
내가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모두 넣어 둔다.
옷장 서랍에 넣어 두는 것도 생겨서 잘 이용하고 있는데
나라 전체가 습기가 많아서 그런지 이런 것도 나와 써 보고는
습기 흡수 용량이 적은데 비해서 비싸서 없어지면 어쩌나 했다.
제습제만 바꿔주면 되는 이런 방식으로 큰 통도 바뀌었으면 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안 좋은 건지 아직도 큰 통의 방식은 그대로이다.
이 습기 제거제는 나처럼 집을 비우는 사람만 쓰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습기가 많은데 습기가 날아갈 수 없는 구석진 장소에는
햇볕에 물건을 내다 말리거나 바람이 통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니까 벽장에 있는 물건은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것들이어서
그럴 땐 일본인들도 습기 제거제를 놔두는데 그 양은 차이가 있다.
처음 일본에 와서 몇 년 동안은 습기 제거제라는 것을 몰라서
아끼던 옷과 책들을 많이 버려야 했던 뼈 아픈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옷에 생긴 작은 구멍들을 본 기억은 생생한데
돈이 많은 엄마가 해 준 비싼 옷들은 그때 모두 희생을 당했다.
그때 얻은 교훈은 옷은 합성섬유가 좋다는 것이었고
수납 서랍장으로 플라스틱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서랍 안쪽으로 습기가 붙어 있다가 날이 추워지면 물방울이 되어
구석으로 고여 있는 물을 보고는 집안에 있는 것을 모두 버렸다.
그때부터 정리를 위한 수납장은 종이로 된 것을 사용하는데
꽤나 견고한 수납 상자들이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종이나 나무는 습기를 흡수도 하지만 잘 내보낸다고 했는데
이렇게 모든 것을 종이로 바꾸고 습기 제거제를 넣어 두면서
습기의 무서움에서 많이 해방이 되었다.
이번에도 언제 다시 이 집에 올지 몰라서 듬뿍 넣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