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타는 아들
눈이 온다고 사진을 보내더니
어느 날 눈으로 만든 곰인형 같은 작품을 찍어 보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변 벤치에 있었다고 하는데
버려진 진짜 곰 인형은 아닌지 아들에게 확인을 했다.
겨울이 되면서 아들은 비상용이라면서 사놓고 온
묵직한 담요 같은 이불을 꺼내어 덮었다고 했는데
어느 날에는 그래도 추워서 옷을 껴입고 잤다고 했다.
거의 새것인 아파트의 창문은 두꺼운 이중창이었는데
여름부터 살기 시작했을 때엔 겨울에는 따뜻할 거라고
창이 커서 햇볕이 강하게 느껴졌던 여름에는 힘들지만
겨울에는 이 햇볕도 따뜻하게 도와줄 거라고 믿었다.
그랬던 겨울이 오니 많은 것이 기대와는 달랐다.
우중충한 날이 많으니 햇볕의 도움을 받는 것도 드문데
창문에 붙어 있는 에어컨 주변으로 바람이 들어온다고
그래서 창문 쪽으로 붙어 놓은 책상 앞에 앉아 있으려니
발이 시려서 두꺼운 양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멋지게 보였던 이중창은 그냥 보여주는 창문이었는지
묵직했던 창문과는 다르게 바람소리가 스피커로 들렸는데
앞 트임이 없는 보기만 해도 발에 땀이 날 것 같은 실내화에
잘 때 신을 수 있는 두툼한 양말까지 사서 보냈다.
그리고는 집안에서 입을 두꺼운 바지에 긴팔 셔쓰까지
얼어 죽지 말라고 계속해서 보내면서 걱정을 하니
영하 10에는 셔쓰도 바지도 입은 채로 양말도 신고 잤다며
아침에 눈을 뜨면서 에어컨을 틀어 놓았다고 했다.
겨울이 오고 추워 에어컨 온풍을 열심히 틀어 놨더니
전기 요금이 100불 넘게 나와서 거의 틀지 않게 되었다며
놀래서 에어컨 스위치를 누를 수 없게 되었다는데
에어컨을 틀어 놔도 발이 시린 것은 같았다고 했다.
움직이고 있을 때엔 옷을 든든하게 입고 있어서 모르겠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발과 다리가 춥다고 하는 것에
전기 히터를 사면 어떠냐고 영상통화로 같이 골라 주문을 하며
에어컨을 켜서 쓰는 전기요금보다는 훨씬 적을 거라고 했다.
그 작은 히터에 리모컨이 있어서 그게 왜 필요하냐고 무시했는데
책상 밑에 있는 것을 허리 구부리고 작동시키지 않아도 되고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히터를 켤 수 있다고 했다.
작은 세련된 전기 히터가 시린 발도 해결하고 아침도 책임지니
내년을 위해서 전기담요를 살까 하는 제안을 아들이 거절했다.
첫 겨울을 보내면서 추위에 대한 모든 경우를 다 경험했는지
이대로 내년의 겨울도 지내면 될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하더니
한 정거장 지나 내렸다면서 연구실까지 걷는다고 전화를 해서는
더운 여름보다는 추운 겨울이 더위를 타는 아들에게는 좋다며
추워도 여름이 오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