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현실
스마트폰에 신세계를 꿈꿨던 나는 하루도 버티질 못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서 처음 휴대폰을 사 주고 3년 전에 스마트폰으로 바꿔 주면서
난 아이들 밑으로 기본적인 요금만 내도록 해 두었다.
내가 쓰던 폰은 삼성으로 처음 미국에서 여권으로 등록하고 번호를 받았는데
일본에서도 휴대폰이 없이 살았던 난 조그만 깜찍한 모양이 좋아 15년을 즐겼다.
전지가 없어진다는 말에 미리 여러 개를 사놓고 변함없이 더 오래오래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고장이 나 고칠 수 없다는 말에 나도 이번에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된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스마트 폰이라는 것을 써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니고 너무 비싼 요금이 낭비같이 느껴졌는데
요금이 세명 것을 합해서 같이 쓰는 것으로 되어져 부담이 덜해지고
전화기 고장으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내 탓이 아닌 것 같아 마음 편히 바꿨다.
카메라도 mp3도 필요 없게 되어 가방 안의 물건이 많이 줄었으며
종이 수첩에 기록된 것들을 스마트폰으로 옮겨 놓으니 읽을 때 크게 해서 볼 수 있어 편했다.
거울도 대신하고 종이처럼 적을 수도 있어 쓰면서 새록새록 느끼는데
이런 것들을 이제야 느끼는 것은 아마도 나 뿐일 거다.
스마트 폰이 손에 들어오니 나에게 다른 욕심이 생겼다.
나도 아이들처럼 선 없는 이어폰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기왕 살 거면 만보계도 혈압도 재어준다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는..
내 것으로 내가 원해서 꼭 필요한 것도 아닌 것을 샀다.
케이스부터 거창했다.
거창한 만큼 뭔가가 복잡했고
그 많은 것들의 설명이 영어로 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작동이 되기까지 아들이 찬찬히 알려 주면서 복습도 시켜줬는데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다가 다음 곡으로 넘기려고 하라는 데로 두 번 두드리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어폰에서 한참을 영어로 떠든다.
놀래 아들을 부르며 영어로 뭐라고 하는데 무슨 말이냐고 하니
아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내 귀에만 들렸던 말을 물으면 어쩌냐고 하는데...
그래서 아들은 내가 뭘 잘못하고 그래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 수가 없어 알려 줄 수도 없다고 했다.
난 내 것으로 산 새 이어폰을 아들의 헌 이어폰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