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한 날짜의 자랑

중년의 성실성

by seungmom

내가 나를 쥐어뜯고 싶었다.

얼마나 공들였는데 그 하루를 놓치다니...













이 영어단어 공부는 혼자가 되면서 할 일이 필요해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시작했던 날짜를 이참에 하면서 찾아보니 내가 알고 있었던 날짜와 달랐다.

난 그저 내가 외롭다고 질질 짜지 않으려고 만들어 놓은 장치 같은 것으로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보다는 매일 기록이 되어지는 것에서 더 마음에 들어

떠날 준비에 정신이 없던 나는 이걸 찾아 준 아들에게 등록도 부탁했었다.


마음 잡고 시작한 것은 그 후 몇 달이 지나서 인데 일주일에 3일은 하자고

꼴랑 단어 5개를 외우는 일이 이렇게 힘들었나 하면서 익숙해지길 바라니

정말 조금씩 5개를 외우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하는 날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몇 달을 매일 빠지지 않고 한 번은 하게 되니 뿌듯해져서 욕심을 내고

2016년 3월부터 2018년 4월 어느 날까지는 정말 단 1분이라도 매일 했더니

어마어마한 숫자가 어느 날 갑자기 내 눈에 뜨이게 되었다.













내가 2년간 매일 했다는 이 신기록에 나도 신기해하면서 즐겼는데

4월에 주변이 나를 들들 볶아 내가 나를 잊고 정신줄을 잠시 놓았던 그날에

단 하루의 시간을 넘겨 버리고 매일 갱신했던 기록이 멈춰 버렸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재미에 억지로라도 몇 분씩 앉아 영어단어를 봤는데

단어가 늘어나는 재미에는 관심도 없었는지 날짜의 기록에 실망을 하고는

몇 달이 지나서야 이 좋은 습관을 이대로 버리면 안 된다고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기록은 이미 나를 공부보단 출석카드에 신경 쓰게 만들었는지

석 달에 한 번씩 움직여야 할 때엔 날짜가 지나가기 전에 공항에서도 했었는데

그 모습을 누군가가 봤다면 엄청난 열정으로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겠지만

나는 영어 단어 와는 멀어지고 출석 도장만 필요한 얍삽한 인간이 되어서

공부라는 것을 초 단위로 하고 동그라미를 받고는 미련도 없이 공부를 마쳤다.


그렇게 해서 다시 2019년 2월 1일부터 2020년 6월 19일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열심히 초 단위로 할 수 있는 영어 단어 공부의 복습을 1년 넉 달을 하고 나니

2년의 고지가 보인다고 이번엔 3년을 넘겨 볼 거라고 목표도 만들었는데

머리가 맑아서 밀린 기록들을 정리하자고 열심이었던 20일을 건너뛰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2년의 고지가 숫자로 얼마나 남았는지 기대를 했는데

눈에 들어온 7일이라는 황망한 숫자는 나를 하얗게 질리게 했다.

내가 왜.. 하면서 나를 원망하지 않으려고 그날의 행적을 찾아보니

그 날은 다른 것으로 내가 나에게 뿌듯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라는 인간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잊는 것이 아닌가 해서 허탈한데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또 7일을 매일매일 했다는 것이 더 기막히다.


나에겐 공부의 질보단 성실하게 매일 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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