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되긴 싫어서
이럴 줄 알았는지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습관이 도움이 되었다.
벌써 내가 먼저 친구들에게 연락을 안 한 지 몇 주가 지났다.
처음엔 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전화를 했었는데
이제는 전화를 해 볼까 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간다.
내가 전화를 해서 받지 못하면 저녁 늦게라고 전화를 하는데
뭔가 할 이야기가 있어 전화를 한 것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그저 내가 느낀 것을 같이 이야기해 봤으면 했던 것인데
그런 한가한 잡담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친구는 이제 없다.
아이들이 비슷하게 태어나고 그래서 이야기가 잘 통했고
그런 아이들이 다들 좋은 성적으로 잘 성장해서 직장도 얻어
변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만으로도 떠들 일이 엄청 많아서
서로의 경험으로 느낌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었다.
그런 아이들이 결혼이 늦어지니 이야기는 더 길어졌었고
그래서인지 별로 조급하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살았는데
한참 늦은 아이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고 손자가 태어나니
바빠진 친구들은 내가 하는 전화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아
내가 참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전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친구가 간혹 나에게 거는 전화는 정말 나를 위한 것 같았다.
이러고 혼자 살고 있는 자체가 친구에게는 부담이 되는지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대화에 신경을 쓰는데도 티가 나는지
매번 대화의 내용은 같은 것으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묻는다.
친구들이 내 생활 방식에 이야기를 조절하는 것 같았다.
결혼한 자식들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배려를 하는데
그게 느껴져 내가 먼저 말을 꺼내면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
역시 참고 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미안해졌다.
처음엔 그러거나 말거나 하면서 전화를 했었는데
점점 이런 상황을 내가 만들어서는 안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뭔가가 있어서 하는 전화도 아닌데 시간을 빼앗는 것은
내가 나를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일본으로 떠나고 나서는 편지로 연락을 하고
미국에 있을 때엔 간혹 전화를 해서 안부를 전했었는데
내가 부산에 다시 와서 살게 되면서 자주 전화 통화를 하게 되고
그저 심심하면 친구를 불러 떠드는 습관이 생겼던 것 같다.
이제는 친구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이러면 안 된다고
그래서 먼저 별 용건이 없이 연락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간혹 그저 문자로 잘 살고 있다는 정도의 연락이면 될 것 같다.
이제 다시 조용히 혼자서 사는 습관을 가지려고 한다.
나이 들어 친구에게 짐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