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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많은 인생 선배

좋은 모델이 되어 준다.

by seungmom

나이가 조금은 위협이 되기는 한다.

강심장이라고 해도 이건 피할 수 없는 현상일 텐데

스스로 욕심이 없다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했던 나도

나이를 먹어 가면서 생기는 변화에는 차분할 수가 없다.


나이가 주는 변화를 납득하면서 바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까

나를 보면 느끼고 이해를 하는데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왜 이러지부터 시작해서 아.. 나이가 만든 거구나 하는 데까지

병에 걸린 건가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가 하며 불안해하다가

매일 똑같은 상황이 아니어서 갸우뚱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이게 늙어 가는 과정이구나 하면서 납득에 씁쓸해진다.


그러다가 그래도 병에 걸린 것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이럴 때 기분을 바닥으로 보내면 우울해진다고 하더라며

다들 이런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는데도 다들 씩씩하다고

그러니 나도 쳐지면 안 된다고 마음을 애써서 붙잡아 두었다.


이런 나에게 좋은 모델이 되는 지인이 생겼다.

우연하게 모임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준 예쁘장한 사람인데

모임에 늦게 와서 그런다며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냐고 해서

시간이 있으면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찻집에 자리를 잡았다.


수더분한 인상에 지나침이 없는 깔끔한 얼굴이 좋아서

같은 또래로 봤는데 5살이 더 많다고 해서 놀랬었다.

찻집을 나와서 옆 동네에 사는 이 지인의 아파트까지 걸었는데

인상과는 다르게 당차게 행동하는 것에 평소에도 이러냐고 하니

아직도 운전을 하면서 캠핑카로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이런 반전에 다시 멍해져 나와 비교를 하며 반성을 했는데

아직은 나도 저렇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적어도 5년은 있다고

자꾸 나이 들어가는 것에 조심만 했던 나를 자극해 줬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고 알기는 했지만 주변에는 없어서

내 눈으로 직접 보니 많은 자극이 되어 좋은 미래가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찻값을 냈다고 점심을 먹자고 전화를 해서

차로 나를 데리러 온다고 하는 말에 그러지 말라고 거절을 했다.

5살이 많은 데다 복잡한 곳으로 간다고 하니 살짝 불안해서

몇 번 거부했는데 어려워 결국엔 그 차 운전석 옆자리에 앉았다.


차는 10년이 지났지만 이대로 타다가 운전을 관둘 거라는

지인의 표정과 계속 들려오는 비틀즈의 노래에 5살이 사라지고

이런 노래들은 본인이 고른 거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면서

나이가 들면 트로트를 듣던데 자신은 아직 이런 곡이 좋다고 했다.


들고 있는 핸드백도 비싸 보이지는 않았는데 디자인이 특이해서

딸이 골라 준 거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골라서 산거라고 했다.

이런 디자인을 이 나이에 골라 샀다는 것에 엄청 신선했는데

팝송을 들으면서 운전을 하는 모습에 따라 해 보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아직도 이런 낭만적인 시간이 5년은 더 있다는 거다.

차를 가지고 나온 김에 멋진 해변가 도로를 달려 보자고 해서

제법 먼 곳까지 갔다 왔는데 운전이 전혀 부담이 안되었고

그동안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어쩌다 만난 이 지인은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줬다.

겉보기에는 나와 비슷해 보이는 그런 인상이어서 쉽게 말을 꺼냈는데

5살이 많기도 했지만 살아가는 방식에서는 훨씬 젊게 사는 것 같아

이 사람은 나를 말없이 구제를 했구나 하며 고마워하고 있다.


이 지인은 자신이 이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자식 세 명이 모두 결혼을 해서 그 손자들도 돌봐 줬다는데

그런 시간에도 자신은 무너지지 않게 잘 유지했다는 것에서

이런 건 꼭 배워야 한다고 나에게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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