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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번째 글을 씁니다.

작은 축하 케이크를 전하며

by seungmom

살짝 들뜬 이 기분을 오랫동안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이건 저의 인생에 하나의 업적이 되는 것이라고

10년을 무던하게 버틴 덕분에 500번째의 글을 쓰게 되고

이런 경사를 맞이하는 것에 마음껏 혼자서 축하를 합니다.


글을 완성하고 케이크를 사러 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에

미리 조각 케이크를 사서 저를 아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가서

케이크를 꺼내며 500번째의 글에 축하를 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웬 케이크이냐고 놀래면서도 축하를 받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니

환하게 웃으면서 대단하다며 축하한다고 해 줬습니다.


단골 카페











뭐가 그리 당당한지 전에는 이렇게 대담하지 못했었는데

그 축하가 공치사라고 해도 진심처럼 받으며 흐뭇해했습니다.


그동안 나를 위해서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은 하고 살았지만

어떤 형태로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전하지는 않았는데

케이크를 받으면서 묻는 말에 찾아 읽어도 좋다고 알렸습니다.

이제까지 구독자 중에 저를 개인으로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최근에 대학 친구에게 그동안의 시간을 전달하자고 보라고 했는데

이번에 케이크를 전하면서는 홍보를 하듯이 글을 알려줬습니다.


이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당당했던 것이 새로웠습니다.

10년을 유지해 왔다는 것에서는 거들먹거려도 되는 것이었는지

어설픈 생각들을 늘어놓은 글이 500개가 된다고 하면서

글에 대한 이야기를 그전과는 다르게 꺼낼 수 있었습니다.


왠지 이 500번이라는 숫자가 없는 힘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젊은 어느 날 막연하게 글을 쓰면서 살게 되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저 일기 같은 글을 쓰면서 기대를 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웠는데

10년이 되어 500번째의 글을 쓰게 되니 없던 용기가 생기는지

케이크 한 조각을 꺼내면서 엄청 거창하게 축하를 요구했습니다.


급하면 달려가는 사무소











착한 주변의 지인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무엇에 대한 축하인지

세세하게 묻더니 그럼 작가네 하는 말에 다 같이 웃었습니다.

막연하게 상상했던 꿈이 실현이 되는 건가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쓰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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