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나는 냄새
단 5개월 만에 현관문을 여는데 냄새가 전보다 심하다고 느꼈다.
3년 반 만에 열었을 때보다 더 심한 것이 무엇인지 찾는데
그땐 겨울이었고 지금은 여름이라서 더 나는 것인지
집안에 있는 하수구가 말라서 올라오는 냄새와는 또 달랐다.
현관문을 닫히지 않게 해 두고 들어가 집안의 창문을 다 열고
모든 환풍기를 돌리고 수도꼭지가 있는 곳은 물을 틀어 놓는데
그동안 말라서 비어버린 하수관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매번 이 세 가지의 행동을 숨을 참아가면서 해 냈었는데
마지막 동작인 물을 틀어 놓는 일에서 정신이 나를 떠났다.
이런 일은 처음이어서 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릿속은 냄새와 수돗물을 분리시키지 못해 더 복잡했다.
누수를 검사한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 물어야 하는지
그냥 수도국에 전화를 해 보는 것이 좋은지 하다가
일본에서 쓰는 휴대폰을 찾으니 충전이 안되어 당장 쓸 수 없어
집 전화를 쓰려니 선이 없는 전화기는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안 났다.
어쩔 수 없이 벽에 붙어 있는 유선 전화기를 몇 년 만에 들었는데
이 전화기를 사서 계속 무선 전화기만 썼지 유선은 쓰지를 않아서
번호를 누르고 나서 무엇을 눌러야 통화가 되는 것인지 몰라
몇 번을 해 보고는 설명서를 찾아 읽어야 하는 건가 했더니
번호를 누른 상태로 들고 생각하는 동안 신호가 가는 소리가 들렸다.
수도국 직원이 이 답답한 사정을 듣더니 당황했겠네요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스위치가 있다고 현관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데
이 전화가 벽에 붙어 있는 거라고 나가서 보고 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하고
전화기와 현관 옆에 있는 수도 계량기를 두 번 왕복하면서 해결을 했다.
수도국 직원은 누수 검사를 하면서 잠근 것 같다고 했는데
이해는 되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나는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얼른 모든 수도꼭지를 다 열어놓고 세탁기에도 물을 채웠다가 보냈는데
화장실은 열어 보기가 겁이 나서 망설이면서 열었더니 보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정말 볼 수 없게 캄캄해서 얼른 물만 내리고
찬찬히 전기 스위치를 다시 켜 봤는데 전구가 나가버린 것 같았다.
다행히도 화장실은 무사했는데 변기를 비닐로 덮어 둔 것이 좋았는지
끔찍했던 무서운 곰팡이가 보이지 않아 여러 번 물만 내려 뒀다.
현관문을 열고 거의 두 시간을 서성이면서 침도 삼키지 못하면서
냄새가 빠지길 기다렸는데 벽장을 여는 순간 냄새의 정체를 알았다.
저번에 와서는 이사하고 처음 집안 물건을 모두 열어 보고
엄청 야무지게 정말 구석구석에 방충제를 듬뿍듬뿍 넣어 두었었다.
거의 잊고 살았던 아이들이 썼던 물건들을 꺼내어 구경하면서
아이들이 챙겨 갈 때까지 잘 보관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랬던 방충제가 물건에게는 좋았는지 몰라도 사람에게는 치명적인데
식탁등 가구들을 닦아내고 잘 수 있게 침대를 제대로 해 두고 나서
방충제를 덜어 내야겠다고 넣어 둔 곳을 뒤졌더니 다 녹아 없었다.
겨우 5개월에 사라지는 것이었나 하는 것에 습기가 많아서 그런가 하며
이렇게 빨리 없어진다면 오랫동안 집을 비우면 안 될 것 같았다.
부산을 떠나면서 각오를 했었다.
딱 이틀만 참자고 그럼 살만해졌으니 이번에도 이틀은 견디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