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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귀한 몸이 된 거야.

잔잔한 병에 대한 정신승리

by seungmom

친구가 태어나 처음 어지럼이 와서 병원에 갔더니 이석증이라고 했다는데

그게 나아지지 않았는지 TV를 보다가 기분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일상이 너무 한심하다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하는데

나는 어지럼이라는 것을 젊어서도 지금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서

그게 병원을 가 봐야 하는 일이었는지 하는 것이 신기했었다.


어지러움을 느꼈다면 그냥 잘 버텨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데리고 가 줄 사람이 집에 없었다는 것에서 더 힘들었다고 해서

어지럼에 병원을 떠올린 적도 없지만 누군가가 데리고 가야 한다는

그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어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가 이상했다.


인생을 어지럼과 같이 살아온 나는 이 친구가 너무 호들갑이라고

이 나이가 되어서 어지럼 정도도 혼자 삭이지 못하는 건가 했는데

이게 처음이라서 많이 당황을 했다며 특히 나이가 들어서 더욱더

뭔가 큰 병인가 하는 생각에 더 놀랬다고 하는 말에 납득이 되었다.


친구가 오랫동안 어지럼을 달고 산 나에게 어지럼을 설명하는데

자신의 아이들은 차 안에서도 휴대폰을 보는데 자신은 안된다며

이제는 흔들리는 오락프로를 보면서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중학교부터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는데

다들 버스에서도 단어장 같은 것을 꺼내어 외우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갑에서 구멍이 있는 토큰(버스표)을 고르는 일도

동전 지갑을 보면 멀미가 나서 손가락의 감각으로 찾아야 했다.


그때 토큰에는 왜 구멍이 있었는지 그 이유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게 나를 위해서 일부러 구멍을 만들어 놨나 했다.

그런 나의 버스 안에서의 태도는 정말 우아했다고 하는데

절대로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는 내가 그래 보였다고 했다.


속사정을 모르면 이렇게 많은 사정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친구도 약간의 어지럼 조짐을 가지고 살았는데

확실하게 어지럼이라는 이석증이라는 병명을 병원에서 듣고

약한 골다공증에 하나를 더 추가해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친구는 병명을 진단받은 사람이 된 것이다.


나도 골다공증이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조심하면서 산다.

이 나이에 병원에 가면 뭐라도 병명 하나쯤은 얻게 될 것 같다.

그걸 확실하게 듣고 약을 받아먹기 시작하면 낫는 것인지

절대로 40대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이해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을 잘 다스리면서 약이 없이 살아가려 한다.


친구가 아이들은 어지럼증이 없는 것 같아 좋겠다고 하기에

내 아이들도 다행스럽게 어지럼 증상이 전혀 없다고 하면서

우리는 이런 것을 전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잘한 일이냐며

아이들까지 어지럼증이 있어 힘들면 고통스러웠을 거라며

덕분에 우리는 최고의 엄마가 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처음 겪는 친구는 자신의 몸이 부실해진 것에 불편해해서

조심해서 살라고 하는 경고일 거라고 이젠 그런 나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귀한 몸을 가지게 된 거라고 잘 모시고 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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