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무서운 습관
난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을 거의 30년 이상 지키고 있어
어쩌다 기록된 수첩들을 보게 되면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뿌듯해한다.
쓰는 습관도 보관하고 있는 것 모두 다 좋은 일이다.
난 한참 힘들었을 때에도 이렇게 쓰는 습관 덕분에 어느 곳에도 의존하지 않고 버텼고
지금은 나에게 이런 기회도 만들어 주어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일상을 기록하는 이 일에 내가 매달려 살고 있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시간이 많이 남아 허우적거릴 때
그저 매일 뭔가 새롭거나 중요한 것을 써 두던 메모 같은 기록이 장문이 되었다.
아이들이 대학을 마치고 나니 난 더 많은 시간을 억지로 가져야 하는 입장이 되었고
기록은 매 시간마다 중요한 것 아닌 것 상관없이 그저 빼곡히 채워 써야 흐뭇해졌다.
매년 같은 크기의 종이 수첩은 내용이 많아지니 글씨가 작아져야 했다.
작아져야만 하는 글씨 때문에 전용 돋보기 안경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몇 년을 버티다가 종이에 적던 것을 2013년으로 마쳤다.
이것도 안 하면 정말 손으로 쓰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컴퓨터와 종이를 일 년간 같이 쓰면서 헤어지는 연습을 했는데
돋보기도 필요 없고 잘못 써도 고치는 것이 간단한 컴퓨터는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나고 지금..
난 매일의 기록을 시간별도 아니고 분으로 나누고 있으며
내 눈앞의 상황은 모두 나의 기록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고집이 생겼다.
다시 읽어보면 중요한 것도 새로운 것도 거의 없는데..
1년 반을 이러고 살았더니 이젠 정말 힘들고 지쳤다.
그런데도 숙제하듯이 오늘 또 컴퓨터 앞에 앉는다.
종이라면 쓸 수 있는 양이 정해져 내가 이꼴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