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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Mar 25. 2024

잠적했던 임대인이 전화를 받았다.

뭐가 이렇게 당당해?

 임대인과 연락이 닿았다는 기자님 말을 듣자 내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바로 들려오는 말이 내 미래를 좌지우지할 것만 같았다.


임대인도 현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세입자들 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본인 소유 건물들 다 팔아서라도 보증금 반환한다고 하네요.


 그 이후, 임대인은 세입자 연락은 철저하게 받지 않지만 언론 연락은 잘 받고 있는지 수 차례 뉴스와 인터넷 기사로 보도되었다.


1. [KBS] 서울 대학가 150여 채 ‘전세 먹튀’… 빈 집에선 공유숙박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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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뉴스 24] "자산가 부부라며 믿으라더니…" 전세사기 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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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내 전화는 왜 안 받을까. 임대인이 내 전화를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계속 걸었다. 출근할 때, 점심시간, 퇴근길, 자기 전에도. 누가 보면 애인인 줄?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는 상냥한 음성만 들려올 뿐이었다.


 몇 달 후 재택근무를 하던 어느 날, 점심시간을 활용해 집 근처 헬스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신호등에서 습관처럼 임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때,


"여보세요?" 무슨 일이지?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전화를 받으니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여.. 여보세요?" 반대로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매우 평온했다. "네, 말씀하세요." 지금 생각해 보니 '태연했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XX빌라 A 305호인데요, 계약 만료일에 갱신 의사 없고 보증금 반환 부탁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그녀의 답변은 가관이었다.


 아~ XX빌라.. 보증금 못 돌려드려요. 그때 맞춰서 보증금 못 드려요.
지금 다 밀려있어서 못 드리고 한 1년? 정도 더 살아야 돼요.


이 아줌마는 뭐가 이렇게 당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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