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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Mar 20. 2024

전세사기당한 심정이 어떠세요?

XX 일보 기자님과 첫 대면을 하다.

 XX 일보 기자? 괜히 '기자'라는 단어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내 기준에서 기자는 뉴스에서나 볼 법한 사회 문제를 취재하는 사람들인데 나에게 연락이 오다니. 그 말은 즉, 이젠 내가 뉴스에서나 볼 법한 사회 문제를 겪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고민했다. 내가 이 상황을 괜히 크게 키우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지금 당장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바로 연락했다. 지금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렇게 기자님과 통화하며 간단히 현재 상황에 대한 내용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날 밤, 집 앞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혹시 XX일보 기자님이신가요?"


 마치 당근마켓 거래하듯 어색한 기류와 함께 기자님과 첫 대면을 했다. 괜히 '기자'라는 직업에 선입견이 있었나?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정반대였다. 나이대는 내 또래 같았고, 모범생 포스가 풍겼다. 커피를 주문하려던 찰나, 기자님이 사주신다기에 마지못한 척(?)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기자님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정보를 알아와 주셨다. 내가 제공한 기본적인 정보(사는 곳, 계약했던 부동산 등)만을 가지고 동네 부동산을 이곳저곳 돌아다니셨나 보다. 나였으면 저럴 용기까진 없었을 텐데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론 쌩판 모르는 남의 사정을 듣고 밤늦게까지 본인의 시간을 할애하며 알아봐 준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


 임대인은 동작구, 관악구, 금천구 등 주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비교적 저렴한 집을 구하기 위해 첫 보금자리로 물색하는 지역의 건물들이 대다수였다. 다가구주택이 가장 많았으며 추후 100여 명이 넘는 피해자 단톡방에서 알게 됐지만 극소수로 다세대주택, 오피스텔도 있었다.


 우리 집 건물은 아직 압류만 걸린 상태지만, 이미 경매 수순을 밟고 있는 건물들이 많았다. 우리 집 건물은 부부가 공동명의인이지만, 그녀(임대인)와 의문의 남자의 공동소유 건물들도 꽤 있었다. 중요한 건, 그 의문의 공동 소유인도 연락되지 않고 최근 들리는 소문으론 파산신청까지 했다고 한다.


 임대인 남편이 대학병원 교수라는 사실은 부동산에서는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최근까지 임대인과 연락이 닿았던 부동산도 있었는데 '상황 정리되면 다시 연락 준다는 말만 할 뿐'이라 했다. 기자님도 임대인에게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있지만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기자님과 첫 대면의 마지막은 현재 나의 심정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이것 또한 취재의 일부기 때문에 물어보신 것 같다. 나는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음 날, 기자님에게 카톡이 왔다.


"승띵님, 임대인과 연락됐습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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