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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Mar 27. 2024

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전세사기 당하는 미래를

 몇 달간 연락도 안 받고 잠적한 사람 태도가 생각 그 이상으로 가관이었다. '이렇게 뻔뻔해야 사기도 치는구나' 깨달았다. 그 후 틈만 나면 등기부등본을 떼보며 다른 변동 사항은 없는지 예의주시하는 나날들을 보냈다.


 가슴 한편엔 항상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나는 이 사건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특히 어머니에게는 더욱 말을 못 하겠다. 그 이유는 이 집을 계약했던 그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7월, 전에 살던 월세방 계약 만료를 3개월 정도 앞두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전세 대출을 받아 저렴한 이자를 내며 사는 게 사회초년생들에게는 현명한 재테크처럼 보였다. 나 또한, 매달 내는 월세를 아끼고자 전셋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매물들을 매일같이 살펴보다 지금 사는 집을 발견하게 됐다.


지금 사는 집보다 1평 더 넓은데 전세로 가면 돈도 아끼면서 살 수 있네?


 저 당시 집을 알아보는 기준이 전혀 없었다. 그저 월세방보다 조금 더 넓고 돈을 아낄 수 있으면 됐다. 이렇게 집 구하는 사람이 대체 어딨냐, 과거의 멍청한 나야.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 뭐에 홀린 듯 바짓가랑이와 신발이 다 젖어가면서 그 집을 보러 갔다. 실내는 깨끗했다. 외관도 좋았다. 준신축 건물이라 딱히 별로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덜컥 계약하겠다고 해버렸다. 일은 혼자서 다 저질러놓고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돌아오는 말은 걱정 어린 목소리 뿐이었다. 특히 어머니는 극구 반대를 했었다.


"너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그 큰 금액을 대출받아 들어간다는 거니?"

"무슨 일이 생기긴 뭘 생겨, 건물 세입자들 잘만 살고 있는데"

"지금까진 아무 문제없었어도 네가 살 때 문제가 생기면 그건 문제가 되는 거야"

"아, 무슨 소리야 엄마. 나도 알아볼 만큼 알아봤는데 왜 그래 진짜"


대체 뭘 알아봤다는 거냐, 과거의 멍청한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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