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특히 어머니의 만류에도 부동산 계약을 강행했다. 혼자 부동산 계약을 하다니 마치 내가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아이였는데 말이다.
가계약금을 넣고 며칠 지난 주말 아침이었다. 늦잠 자고 있었는데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지?' 괜히 걱정이 앞섰다.
"응, 엄마"
"승띵아, 엄마가 무슨 꿈을 꿨는데 괜히 좀 그래서... 집 계약한 것 말이야"
"응" (벌써 짜증)
"엄마가 오늘 서울로 올라갈 테니 같이 부동산 가서 계약 취소한다고 하면 안 될까?"
"엄마, 나 가계약금도 넣었는데 어떻게 취소를 해"
"그러니까, 가계약금을 날리더라도... 아 그건 좀 그런가? 아무튼 엄마가 말 잘해볼게. 계약 파기하자"
"엄마, 나중에 무슨 일 없을 거야. 그니까 그냥 믿고 계약하면 안 돼?"
"...... 알겠어. 얼른 다시 자"
집 가계약 하기까지 어머니와 수 차례 통화했었다. 서로 언성을 높이며 창과 방패의 싸움이 따로 없었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내 말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2년 지난 지금, 어머니 말이 딱 맞았다. 무슨 일이 생겨버렸다. 도저히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만큼은 말 못 하겠다.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