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치닫는 내 인생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압류를 거쳐 경매에 넘어갔다. 임대인이 소유한 우리 집 바로 옆 건물은 이미 경매에 넘어갔었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예상만 했을 때와 실제로 일어났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많이 달랐다.
먼저 눈물이 흘렀다. 등기부등본에 적힌 '임의경매개시결정'이라는 여덟 글자. 이 여덟 글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필 회사에서 눈물이라니.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어 화장실 끝 칸에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지금 왜 우는 거지? 당장 집에서 쫓겨나는 것도 아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고 내 인생이 끝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대체 왜? 짧은 생각을 마치고 알아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당하는 느낌이라서 그랬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닦았다. 계속 흐르길래 휴지를 눈에 갖다 댄 채로 숨죽여 울었다. 다행히 내가 우는 동안에는 화장실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절망을 느끼는 와중에도 임대인은 뭐 하고 있는가? 그녀에게 여러 세입자가 연락했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가관이었다. (가관이란 말도 아깝다.)
요새 건물 자재 값이 올라 경매 넘어가도 비싸게 낙찰돼요~
대부분 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을 거예요.
지 입으로 보증금 돌려준단 말은 절대 안 하네? 내 보증금은 1억 1천만 원. 우리 건물 감정평가액은 21억. 내 앞으로 선순위 보증금만 24억이 있는데. 감정가로 100% 낙찰이 되어도 내 돈은 10원도 돌려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런 집을 대체 왜 들어갔냐고?
선순위 보증금이 10억 정도 있어서 경매 넘어가도 아주 안전한 건물이고...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나에게 안전한 집이라고 했다. 계약 당시 녹음파일도 가지고 있다. 저렇게 이야기하는데 세입자인 나로선 믿고 계약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에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인생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