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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Apr 20. 2024

전세 사기당한 글을 계속 올리는 이유

 내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전세 사기를 당해서였다. 이 사태를 반드시 극복한다는 다짐과 함께 감정을 기록하고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또 위로받고 싶었다. 그런데 내 작은 소망이 누군가에겐 닿은 것일까? 21명 구독자가 생겼다. 간간히 댓글에 위로도 해주신다. 그들은 어디 살고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남'이지만 남의 위로가 정말 큰 힘이 된다.


 가끔 전세 사기 당한 사실이 무슨 자랑거리라고 계속 글을 쓰는지 싶다. 당연히 자랑은 아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 쓸수록 잡념이 정리되고 극복이라는 불씨가 다시금 피어나곤 한다. 그래서 쓴다.


 사실 계속해서 전세 사기 관련 글을 쓰고 싶진 않다. 이 콘텐츠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기적적으로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는 결말? 바라지도 않아. 법조인 힘을 빌려 힘겹게 보증금을 회수하는 스토리? 현실은 우영우가 아냐. 내 나이 서른에 1억 1천만 원을 잃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극복할지에 대한 결론만 내리면 전세 사기 글은 끝난다. 다만, 아직 그 결론을 명확하게 내리지 못해서 계속 글을 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가족에게 말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슬퍼할 우리 가족. 힘들게 자식 뒷바라지 다 하시고 이제야 남은 여생을 본인답게 잘 살고들 계셨다. 나는 다 큰 성인이기에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쉽게 끝나지 않을 문제라 판단되니 생각이 바뀌었다.


 부모님께서 이 사실을 모른 채 혹여나 돌아가신다면 하늘에서 더욱 슬퍼하실 것 같았다. 항상 날 지켜보고 계실 거니까. 그때는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다 알게 된다. 그럴 바엔 하루빨리 솔직하게 털어놓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가족들도 바랄 거라 굳게 믿었다.


 그렇게 결심한 뒤, 고향 내려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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