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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May 04. 2024

내 나이 서른, 전세사기를 당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마무리하는 글

 부엌에서 주저앉은 채 울고 계신 어머니를 보자 다시 또 눈물이 났다. 우중충한 날씨가 우울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하니..


 알고 보니 어머니는 누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 간간이 들리는 누나 목소리에서 슬픔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어머니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날 보고 급하게 전화를 마무리하셨다.


 어머니가 슬퍼하는 모습은 나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 기억은 '내가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야겠다는 다짐'의 자양분이 됐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특별히 열정 갖고 하는 일이 없던 나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누나가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너는 어떻게 된 게 남자애가 야망이 없냐?


 야망이란 '크게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희망'이다. 어쩌면 살아생전 가져보지 못했을 야망. 아니, 가지고 싶다는 욕심조차 없었을 '야망'이란 게 나에게 생겼다. 무작정 열심히 살아가는 거? 만져보지도 못한 1억 1천만 원을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하는 거? 나는 이런 걸 야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겨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단단함.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발전시킬 깡다구. 내 야망은 이런 거다.


 나는 결심했다. 6평짜리 원룸이 경매에 넘어갔고 땡전 한 푼 돌려받지 못하지만 경매로 잃은 1억 1천만 원,  경매로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부동산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Epilogue


 23년 3월, 살던 집에 압류가 걸렸다. 그 해 10월, 경매에 넘어갔고 지금까지 마음 편한 날 없었다. 집 계약 당시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야속했고 밝게 빛날 것 같았던 미래가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하루 연차를 내고 오전에는 경찰서에서 한 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오후에는 법률 상담을 받았다. 살면서 내용 증명이란 걸 처음 보내보기도 하고 현재는 전세보증금 반환소송까지 진행한 상태다.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은데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정말 달라진 게 없었을까?


 '돈(보증금)'에 초점을 맞추면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나'에게 초점을 맞춰보니 달라진 게 생각보다 많았다. 먼저 글을 쓰는 사람이 됐다. 평소 블로그 운영도 하고 있지만 브런치에서 글쓰기는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선명해진다고 해야 하나. 나름 발행 전 각고의 시간을 거친다. 한 문장을 여러 번 고민하고 바꿔보기도 하며 저장해 두고 내일 다시 읽어본다. 그리고 발행까지 끝 마쳤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은 브런치가 유일하다.



차례대로 양재천, 보라매공원, 여수 동동로


 또 다른 하나는 달리는 사람이 됐다. 잡생각을 줄이고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고자 시작했던 달리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내 한계를 확인하고 뛰어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 뛸 때마다 컨디션은 다르다. 컨디션은 곧이어 뛰는 거리에 비례한다. 가끔 왠지 모를 에너지가 넘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조금 더 달린다. 집에 돌아와서도 생산적인 일을 계속하려 한다. 예를 들면 글쓰기 같은 그런 것들. 맑은 정신이 깃든 활동은 나를 더욱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시작' 단계라 말할 거리나 어떤 성과가 아직 없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벌써 반을 했고, 남은 절반은 내가 가진 야망과 함께 채워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잘 부탁해, 내 야망아.


 P.S. 두서없는 14편의 전세사기 극복일지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위로와 힘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야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 다양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상 제 인생 첫 브런치북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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