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부터였을까. 아침에 눈뜨는 일이 덜 무서워졌다.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오늘 하루는 어떻게 버텨야 하지?’라는 생각부터 들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만든 작은 루틴들을 하나씩 해보자’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요가하러 가는 길은 묘하게 설렌다. 아직도 남자 회원이 요가 매트를 펼치는 건 어색하지만 이제는 그게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어설프지만 굳어 있는 몸을 조금씩 풀어간다. 그렇게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출근길에 나선다. 왠지 오늘 하루는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주말이 되면 고요한 아침 공기를 느끼러 양재천으로 향한다. 이미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춰 달리기 시작한다. 나와 같은 속도로 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괜히 위로가 된다. 집에 돌아와 씻고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최근 느낀 감정들을 주저리 써 내려간다. 지우고 다듬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된다. 내 브런치 글은 미래의 나를 지탱해 주는 말이 된다.
이런 루틴을 반복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몸은 생각보다 많은 활동량을 원하지 않았다. 의욕은 앞서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답답한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엔 스스로를 탓하기보다는 "괜찮아, 내일 하면 되지”라고 말하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가끔 빠트린다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이 루틴들이 나를 지켜주는 조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내가 느낀 회복은 요란하지 않았다. 그저 몸이 조금 가벼워지고 생각이 덜 엉키는 하루가 만들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점점 괜찮아지고 있다는 걸. 조용한 루틴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변화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별로 특별한 건 없지만 분명 나는 조용히 다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해자 단체 채팅방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아직도 심장이 철렁거린다. 파렴치한 임대인은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나 보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 하루는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