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시작한 것들

by 승띵

허무함은 생각보다 무서운 감정이었다. 가만히 있는 나를 서서히 무너뜨렸으니까.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몇 발자국 뒤에서 나를 바라보려 했다. 그런데 그런 여유조차 오히려 나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날 짓눌렀다.


나는 내가 왜 이토록 불안해하는지 몰랐다. 단순히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불안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미 벌어진 상황들은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다짐했으니까. 그럼 대체 뭘까, 나는 왜 이렇게 가만히 멈춰있는 걸까? 그리고 그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렴풋이 알게 됐다. 지금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 무너진 시기가 내 평생이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었다. 그렇게 나는 ‘살기 위한’ 루틴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간절함이라기보단, 솔직히 말하면 강박이었다.


가장 먼저 바꾼 건 출근 전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었다. 사소하지만 무언가 해내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아침 요가를 시작했다. 벌써 요가로 아침을 연지 1년이 지났다. 주말엔 글쓰기와 달리기를 묶어 실천하려 노력했다. 요가, 글쓰기, 달리기. 거창하게 꾸며낸 루틴이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가끔씩 빼먹기도 하고 지겨운 날도 있지만 그런 날조차도 ‘다시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무너졌던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대단한 각오도, 자제력도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만큼 했다’는 작은 루틴들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이렇게 살아가는 게 회복이구나 싶었다.


허무함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건 바로 이런 사소한 루틴들이라고 생각한다. 무너졌던 내가 다시 살아가기 시작한 건 루틴을 지켜서가 아니다. 이런 작은 성취들이 나 자신을 믿게 만들었고, 덕분에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나, 생각보다 멋있는 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