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파도에서 서핑하기

by 승띵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별일 없이 보내는 일상이 그리울 줄은 몰랐다. 아침마다 5분이라도 더 자기 위해 알람을 몇 번이고 미뤘다. 출근하면 퇴근을 기다리고, 평일엔 주말을 기다리며 살아갔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난 그런 일상에서조차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전세사기를 겪고 나서야 알게 됐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선 생각보다 운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참 씁쓸한 깨달음이었다.


잠깐 무너졌지만 다시 잘 살아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런데도 어느 날은 문득, 감정의 파도가 요동친다. 감정은 가끔 파도처럼 몰려온다. 잔잔하게 무뎌졌던 마음에도 아무런 경고 없이 갑자기 덮쳐온다. 감정은 무시하면 더 시끄럽고 억누르면 더 크게 소리친다. 그럴 때마다 얼른 없애야만 했다. 괜히 예민한 나 자신을 탓했고 나약해진 것 같아 싫었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본다. 아무리 거센 파도라 해도 결국은 잔잔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억지로 조용히 만들기보단 몰려온 감정이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두었다. 당장 해결할 수 없음을, 당장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저 '지금 이런 마음이구나’ 인정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감정이라는 파도는 결국 지나간다. 내가 붙잡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다면. 흔들리는 나를 바라보며 균형을 잡아본다. 감정이라는 파도에서 서핑하듯 그 위에 서서 나를 받아들인다. 완전하진 않아도 그런 날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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