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물건보다 값진 시간을 사기로 했다.

by 승띵

예전의 나는 물건을 살 때 가격표부터 봤다. 저렴하면 그걸로 됐다. SNS 피드 속 세일 소식에 당장 필요도 없는 물건을 구매했다. 어차피 나중에 쓸 거라며 합리화하고 저렴하게 샀다는 착각이 오히려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배송비 3천 원을 아끼겠다며 40분 거리 마트를 운동 삼아 걸어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는 불필요한 물건을 들고 헛돈 쓰기 일쑤였다. 싸게 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돈보다 더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


전세사기를 당한 뒤, 나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는 상황이 극도로 싫어졌다. 원하지 않는 일에 1년 넘는 시간과 마음을 쏟았다. 그 시간은 나를 지치게 하고 하루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깨끗하게 씻고, 졸릴 때 잠드는 일상이면 충분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몇 천 원 아끼고자 다운로드하던 할인 쿠폰과 1+1 할인 행사는 내 인생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할인 쿠폰을 받지 못해도, 배송비 3천 원을 더 낸다 해도 내 삶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이제는 값싼 물건을 사는 것보다 값진 시간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해졌다. 내가 예측할 수 있는 안전한 삶, 그리고 불필요한 소모 없는 하루를 만드는 일이 1순위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두려고 한다. 감정 소모가 큰 만남은 줄이고, 내 시간을 갉아먹는 일은 최대한 멀리한다.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고 필요한 물건은 100%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다.


이런 단순한 생활이 내 하루를 지키고 불안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한다. 전세사기는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다시 세울 수 있는 기준을 남겼다. 내 삶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더 이상 내 시간과 마음을 값싸게 쓰지 않는다. 이제는 내 돈과 시간, 에너지는 나를 위해 쓴다. 그게 내가 지키고 싶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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