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이 이렇게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
요즘 다니고 있는 미술학원 원장 선생님이 내게 물으셨다. 3~4평 남짓한 조그마한 공간, 책상 6개, 수강생은 모두 엄마 또래다. 업무에 필요한 기초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여러 학원을 알아보다 이곳에 다니게 됐다.
음,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장구를 취미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장구 학원을 운영 중이세요.
내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잠시 말을 멈췄다. 연이어 "정말 대단하다, 너무 멋있다."는 말이 쏟아졌다. 단순한 칭찬이었지만 이상하게 뇌리에 꽂혔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나?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갔다. 하루는 엄마와 단둘이 외할머니 산소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 나의 근황을 얘기하다 며칠 전 미술학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거기 있던 아주머니들이 모두 엄마보고 너무 멋있다고, 대단하다고 그러시더라고.
그렇게까지 격한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어.
그래? 얼떨결에 미술 학원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됐네?
내 기억 속 엄마는 한때 댄스 스포츠에 빠져있었다. 매일 같이 연습에 몰두하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에도 엄마는 누구보다 행복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엄마는 장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취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장구 학원을 운영하고 계신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면 “장구 학원에 인터넷 연결이 잘 안 된다”, “음악 파일 좀 다운받아 달라”는 부탁을 종종 하셨다. 그럴 때마다 미루거나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하곤 했다. 그렇게 대답하면 할수록 움츠러들던 엄마의 어깨가 지금에서야 선명하게 떠오른다.
엄마는 장구 칠 때면 스트레스가 싹 사라져.
칠 때마다 설레고, 너무 행복해.
외할머니 산소로 향하던 차 안, 계속 굴러가는 바퀴와는 달리 내 몸은 굳어버렸다. 엄마의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처음이었다. 엄마는 신이 난 상태로 말을 이어갔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면 오히려 기운이 빠져.
그런데 장구 칠 땐 아프던 몸도 나은 것처럼 너무 기분이 좋아.
사람들 앞에서 무대 서는 것도 좋고, 그럴 때마다 에너지가 막 솟아.
지금까지 나는 내 행복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가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엄마의 행복이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그저 재밌으니까 하겠지, 취미정도로만 생각했던 엄마의 장구. 나는 이제부터라도 엄마의 행복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싶다. 남은 여생을 완전한 행복 속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아들이니까.
- 진심으로 대단한 우리 엄마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