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중국 여행지 상하이에서 대상포진이라는 불청객이 등장했다. 그로 인해 무산된 계획들에 아쉬움이 컸다. 한국에 귀국해서도 맺힌 ‘한(恨)’을 풀기 위해 새로운 여행지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 칭다오에서 살다 온 직장 동료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끌리기 시작했다. 마침 비행기표도 저렴해서 연차 하루 쓰고 다녀온 K-직장인의 칭다오 여행기를 작성해 보겠다.
내가 칭다오 여행에서 가장 놀란 건 생각보다 저렴한 물가와 푸짐한 식사였다. 메뉴 1개를 시켜도 성인 셋이 먹고 남을 만큼의 양이 나오는데 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했다. 대체적으로 한국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식당들은 맛있고 친절했다. 특히, 바지락 볶음과 꿔바로우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중국은 음식을 남길 정도로 많이 퍼주는 게 예의라고 한다.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어야 '잘 먹었다'를 표현하는 우리나라 문화와는 반대로,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너무 부족하게 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저 맛있어서 예의 차릴 겨를도 없이 대부분의 음식들을 싹싹 비워냈던 기억이 난다.
간간히 쓰는 나의 러닝일지 <달리다 보니 시리즈>를 이어가고자 칭다오에서도 달렸다. 이제는 여행을 가게 되면 달릴만한 장소가 있나 먼저 파악하고 러닝화를 챙겨간다. 여행 이튿날, 아침 일찍 푸른 바다를 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일본 도쿄, 호주 멜버른의 빌딩 숲과는 또 다른 느낌의 칭다오 스카이라인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광장 중심부로 다가갈수록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활기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40분 정도 달리고 나니 햇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덥고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으로 숙소에 돌아가 조식 먹을 생각에 발걸음은 오히려 더 가벼워지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아침 러닝의 장점은 뿌듯한 성취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취감을 느끼고 보니 무기력하게 시작하는 아침은 피하고 싶어진다.
비싸지만 결국 사게 되는 것들에서 꼽았던 운동복계의 샤넬 룰루레몬. 어느덧 내 최애 브랜드가 되었다. 다만, 사악한 가격으로 욕망에 비하여 가진 것은 얼마 없다는 게 흠이지만.
어찌 됐든 칭다오 쇼핑몰에서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중, 어디서 많이 보던 옷가게가 보였다.
어? 룰루레몬이다!
그러나 그곳은 룰루레몬이 아닌 바나나인(Bananain·蕉內)이라는 브랜드였다. 중국 토종 브랜드로써 룰루레몬을 타깃으로 삼았는지 카피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추구하는 콘셉트가 상당히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가격은 룰루레몬의 절반이었다.
그렇게 나는 생각지도 못한 쇼핑을 하게 되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 충분히 괜찮았다. 이 정도면 색다른 재미로 사 볼 법했다. 나시티 2개와 반바지 2개를 구매해 한국에서도 잘 입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룰루레몬보다는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나 유니클로에 더 가까운 브랜드 같다. 어쨌건 칭다오에서 갑작스러운 쇼핑을 하게 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 중 하나였다.
어쩌다 보니 올 가을에 중국 여행을 또 가게 됐다. 그때는 바나나인의 FW 컬렉션을 구경하고 와야겠다.
칭다오에서의 짧은 여행은 기대보다 훨씬 즐거웠다. 문득 떠오르는 칭다오의 풍경과 맛, 그때의 공기는 바쁜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 한 번 더 놀러 오라고 소리친다. 어쩌면 나, 중국을 좋아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