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아직도 재택근무를 한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명목으로 시행됐던 재택근무가 하나의 복지처럼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주 2-3회 각자 업무 스케줄에 맞춰 출근하면 된다. 재택근무가 사라진다면 진지하게 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과 출근이 겹치는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이 있다. 하루는 점심시간이 다되도록 팀원들의 의자가 비어있었다. 단체로 회의를 갔나? 내가 모르는 행사가 있나? 부랴부랴 팀 재택근무 일정을 확인했다. 그렇다. 오늘은 우리 팀에서 나 혼자 출근하는 날이었다.
팀원들에게 미안하지만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난 혼자가 좋다. 팀원들이 싫은 건 아니다. 그러나 팀원들과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가 더 좋다. 본능적으로 '타인, 무리, 단체'라는 단어보다 '1인, 혼밥, 비대면' 같은 단어에 마음이 놓인다.
그러다 보니 가끔 의도적으로 혼자를 택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조용히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순간이 필요하다. 정확하게는 혼자라서 가능한 것들이 날 설레게 만든다. 예를 들면 먹고 싶은 점심 메뉴를 천천히 고르고 밥은 빨리 먹을 수 있다. 소화시킬 겸 회사 주변을 산책하거나 사무실에 들어와 조용히 책을 읽는다. 뭐 대단한 일하는 줄 알았겠지만 그저 소박하다.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는 의미니까.
혼자 있는 날들이 쌓이면서 알게 됐다. 나는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보다 '혼자'있을 때 나다워진다. 말없이 보내는 점심시간, 눈치 보지 않고 산책하다가 돌아와 읽는 책 한 장. 나아가 혼자 여행을 하며 달리는 순간과 인적 드문 카페에서 글을 쓰는 시간.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차분하게 만든다. 그렇게 혼자인 순간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