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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이앓이

아빠도 성장 중...

by 황승욱


드림이는 신생아 시절부터 순한 편이었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잘 울지 않았고, 조금 울더라도 달래주면 금방 그쳤다. 배앓이를 할 때 심하게 운 적은 있지만, 트림과 소화를 잘 시켜준 이후로는 배앓이도 하지 않아서 거의 울 일이 없었다. 그런 아이가 4개월에 들어선 무렵, 갑자기 심각하게 울기 시작했다. 배고픈 것도 아니고, 졸린 것도 아니고, 기저귀나 다른 게 불편한게 없었다. 안아 달래도 잠깐 그치는 것 같더니 이내 다시 크게 울었다. ‘기존의 루틴대로라면 부족할게 없는데 왜 이렇게 울지?’


하루종일 아이 곁을 지킨 아내는, 이가 나는 것 같다며 이앓이를 의심했다. ‘의심’스러운 이유는 보통은 5~6개월에 시작한다는 이앓이를 벌써 시작했을까 싶어서였다. 그래도 당장에는 그것 말고 다른 가설을 찾기가 어려웠고, 나도 이앓이에 대해 찾아보았다. 울음을 그치게 할 방법은 딱히 없었다. 당장은 아이스 치발기도 없고, 거즈에 물을 묻혀 잇몸을 닦아 주는 것도 일시적이었다. 아이는 그렇게 2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울었다.


부끄럽게도 이 첫 이앓이를, 나는 지혜롭게 감당해내지 못했다. 온 몸에 힘을 주고 우는 아기가 안쓰러워 멘탈이 나가기도 했고, 밤늦도록 안아 달래려니 피곤하기도 했다. 아내에게 말을 할 때도 전처럼 다정한 투로 말을 뱉지 못했다. 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한건 아니지만, 고작 2시간을 넓은 마음으로 품지 못한 것 같아 계속 마음에 걸렸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한 번 이앓이를 겪더니 정말 아랫 쪽에 하얀 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이가 올라오기 시작할 것이고, 그 때마다 이앓이를 하게 될 것이었다. 어금니가 올라올 때 이앓이가 정말 심하다던데... 이런 과정들을 다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첫 이앓이 후 일주일이 지나서였을까, 아기가 또 이앓이를 시작했다. 아기는 이번에도 거의 쉼 없이 울었다. 울다가 몇초의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또 울기를 반복했다. 잘 견뎌내자고 다짐을 해서였을까, 이번에는 그렇기 힘들지 않았다.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다보니,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많이 울어라. 너가 살면서 아빠 품에 안겨 우는 날이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있겠니.’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좀 크면 아빠 품에 오지 않으려 할 수도 있고, 더 크면 울고 싶어도 혼자 삭히는 나이가 될 생각을 하니, 지금 순간이 오히려 소중하고 특별했다. 육아를 하다보면 당장의 순간에 매몰되기 쉬운 것 같다. 그러면 육아가 힘들고 막막하기만 하다. 저 먼 인생 어딘가 즈음에서 지금을 돌아보듯이 바라보게 되니, 힘듦도 힘듦 그대로 소중한 순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 역설적이게도 마냥 힘들지만은 않게 된다.


드림이의 이가 자라면서, 아빠의 마음도 같이 조금 더 자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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