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텍스프리
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이라는 책을 읽고 실전 기업 분석 종목을 골랐는데, 책의 메시지와 한참 거리가 있는 사파스러운 종목을 골랐다. 어찌 하겠는가, 하필 공교롭게도 지금 내 관심 1순위에 있었던 종목이었는 것을....
1. 사업의 내용
동사는 내국세 환급 대행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2017년 기준 시장 점유율 52%인 1위 업체임. 소매업의 상품가액에 포함되는 부가가치세를 환급한다는 점에서 B2G, B2B, B2C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음. 한국의 부가가치세는 상품가액의 10%로, 동사는 소매업자에게서 부가세를 받아 28%를 환급 대행 수수료로 취하고 나머지를 관광객에게 환급해 줌. 상품의 속성과 무관하게 소비자가 중 정해진 요율을 매출로 취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됨.
2. 경제적 해자
사업 보고서의 문구를 인용하면, 택스 리펀드 사업은 '국내 모든 유통업체를 면세점화 하는 사업'임. 본질적으로 '정부, 소매업자, 관광객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플러스섬 게임'으로 볼 수 있음. 관광객은 가격 할인 혜택을 얻고 더 많은 재화를 구매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소매업자는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며, 정부는 외화 벌이를 더 할 수 있게 됨. 단, 세금 환급 과정에는 본질적으로 많은 번거로움이 뒤따름. 관광객은 관광과 쇼핑을 하기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세금 환급 절차를 밟아야 하며, 소매업자는 고객(관광객)에게 환급 전표를 발부하고 세무서에 영세율 신고를 해야 하며, 세무서와 세관은 이 과정에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감독하고 승인해야 함. 즉 모든 참가자가 얻게 되는 이득의 크기는 소소하지만, 이를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음. 위에 기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택스 리펀드 사업의 본질을 정의하면, '약간의 이득을 얻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이라고 볼 수 있음.
2017년 동사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전체 시장 규모를 추산하면 연매출 약 550억 원 정도로 대기업이 관심 가질만한 규모는 아님. 한편 세무서, 가맹점, 소비자라는 다수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긴 업력과 노하우가 중요한 강점으로 작용하며, 이로 인해 신규 참가자가 쉽게 진입하기 어려움. 정리하면, 이 업의 본질이 내포한 번거로움과 적정 수준의 시장 규모가 경쟁회사의 시장 진입을 막아주는 경제적 해자로 기능하고 있음. 동사는 2005년 아시아 최초 택스 리펀드 사업체로 출범한 이래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음. 지금까지의 업력과 시장점유율로 보았을 때 넓은 경제적 해자, 즉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는 독점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음.
한편 이 업의 본질 - 약간의 추가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수고로움을 줄여주는 일 - 을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요소는 IT 기술이며, 동사는 기술 부문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음.
동사가 제공하는 환급 서비스는 공항 환급 데스크를 통한 사후 환급, 시내 가맹점 내 환급 데스크나 키오스크를 통한 시내 환급, 가맹점에서 결제와 동시에 환급이 이뤄지는 즉시 환급의 세 가지임. 이중 경쟁기업 대비 가장 강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은 시내 환급으로, 명동의 주요 소매점 곳곳에는 동사의 환급 데스크와 무인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음. 이런 차별점이 동사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지켜주고 있으며, 향후의 시장 점유 또한 뒷받침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한편 2018년 8월, 동사는 세계 최초로 알리페이 앱을 통한 모바일 환급 신청 기능을 도입했음(관련 기사 : 글로벌텍스프리, 알리페이와 세계 최초 모바일 환급 서비스 도입). 알리페이는 중국 인구의 40%(약 6억 명)가 사용하는 결제 수단으로 해외 결제 시 은행과 카드보다 유리한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편의성과 경제성 모두를 제공하기 때문에 유커들은 해외여행 시 알리페이 결제를 선호함. 그 결과 중국 외 국가에서의 알리페이 결제 총액은 급증하는 추세로 국내 유통업계도 알리페이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 진행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2018년 국경절 연휴 한국을 방문한 유커들의 알리페이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를 기록했음(관련 기사 : '유커, 국경절 연휴 명동 백화점서 100억 썼다' / '中 국경절 한국 온 유커…알리페이 해외 결제액 1위 '명동' ). 알리페이 결제를 선호하는 유커들에게, 알리페이 앱에서 QR코드를 스캔해 번거로운 환급 신고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강력한 매력 요소로 어필할 수 있음. 동사는 이러한 기술적 강점을 내세워 가맹점 관리의 지속적인 우위를 점해나갈 수 있을 것이며, 해외 신규 시장 개척에서도 강점을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3. 성장성 - 해외법인의 성장 기대
동사는 2018년 10월 현재 싱가포르, 일본, 영국에 해외법인을 보유하고 있음. 이 중 대차대조표의 연결 매출 실적을 발생시키는 것은 싱가포르와 일본 법인으로, 2018년 상반기 매출의 각각 약 17%, 2%를 차지하였음. 싱가포르 법인은 16년 유일 환급창구인 창이 국제공항 환급창구 단독 사업자로 선정되었고, 17년 최대 규모 백화점 A사와 환급 데스크 통합 데스크 운영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 한편 일본 지사는 아직 시장 진입 단계로 가맹점 확보에 주력하고 있음(참고자료 : 유안타증권 리포트 '유커는 한국으로 우리는 세계로').
해외법인 성장이 가시화되는 것은 동사의 성장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국제정세에 따른 일시적인 관광업 부진의 변동성을 완화해줄 수 있기 때문임. 실제로 17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따른 유커 방문 감소 결과 동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감소하여 적자 전환했고, 주가는 계속 부진하였음.
해외법인으로의 수익 다변화가 이뤄지는 것은 곧 국제 정세에 따른 유커 방문 증감의 영향을 적게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음. 따라서 해외법인 매출액 증가는 단순히 총매출 증가 이상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음.
4. 수익성 - 당해 실적
2017년 사드 보복으로 인해 동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정도 감소한 바 있음. 2018년 상반기 매출액은 193억으로, 3분기의 국경절 유커 매출이 반영될 것을 감안하면 18년 연매출은 17년 매출을 상회할 것이 확실시됨. 특히 10월 방한 유커가 16년 수준을 회복한 점, 국경절 기간 알리페이 해외 결제액에서 명동 지역이 세계 1위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16년의 매출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됨. 동사는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과 운영비를 제외하면 매출이 그대로 수익에 반영되므로, 16년 수준의 매출 실적을 회복할 경우 좋은 수익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됨.
5. 현금 흐름과 재무상태
18년 전반기 동사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적자 전환하였지만 액수는 14억 원으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됨. 그보다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내용은 300억 원의 전환사채 발행임. 동사는 2018년 6월 22일 300억 원, 시총 대비 17%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음.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라는 대외 변수로 인해 17년 매출이 부진했던 상황에서 연구개발비와 일본, 영국 해외법인 설립 등에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됨.
전환사채권은 사모펀드 4개 주체가 인수했음. 해당 전환사채권은 5년 만기에 이자율이 0%이며, 발행회사 매수청구권과 인수인 조기상환청구권이 없음.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음. 첫째, 동사는 300억원 상당의 신주 발행을 감행함으로써 기존 주주 가치를 희석시켰음. 둘째, 전환사채 인수권자 들은 동사의 장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음. 그렇기 때문에 발행회사 매수청구권과 인수인 조기상환청구권을 무효화하는 조항에 합의했을 것임.
6. 경영진
본 전환사채권 발행일자 기준 300억 원의 주당 전환가액은 9,098원, 총 3,297,428주였음. 그러나 본 사채의 계약 조항에는 발행일자 기준 최대 85%까지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으며, 공교롭게도 1차 조정일인 18년 9월 27일 주가는 발행일 8600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7500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음. 결과적으로 전환가액은 최대 조정액인 1주당 7,734원, 총 3,878,975주로 조정되었음.
동사의 주식이 불과 1년 전 공모가 1만 원으로 발행되었음을 고려하면, 동사의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존중한다고 신뢰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판단됨. 시총 대비 17%의 전환사채 발행, 거기에 더해 공교롭게도 최대 수준의 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진 것까지 고려했을 때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음. 물론 특정인이 고의적인 의도로 주가에 임의의 영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했을 때, 동사의 주식 매수에는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판단됨.
7. 가치 평가
동사의 특수한 업태를 고려했을 때, 마땅히 적용할만한 밸류에이션 방법을 찾기 어려움. PER, PBR과 같은 상대가치 평가법은 동종 업계 내의 비교군을 참고해야 하지만 동사의 경우 적당한 비교군을 선정하기 어려움. 절대가치 평가법의 경우에도, 영업권과 기술력이 중요한 동사의 경우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됨.
본인은 동사의 수익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으므로, 동사의 가치는 성장성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였음. 충분히 안전한 가격으로 매수한 뒤 PEG를 적용하여, 순익 성장률이 PER보다 높을 때까지는 보유해도 좋을 것으로 판단함.
한편 안전한 매수 가격을 정하는 것 또한 어려운데, 위에서 기술했듯 가치 평가가 어렵기 때문임. 대안으로 특수 이해관계인의 매수 가격을 고려해볼 수 있음. 첫 번째 가격은 전환사채 조정가액으로, 300억 원 전환사채 발행에 참가한 사모펀드가 인수할 가격인 7,734원임. 두 번째 가격은 상장 후 최저가에 가까운 약 6,000원으로, 지난 7월 24, 25일 대표이사가 장내 매수한 가격이기도 함.
따라서 1차 참고 가격인 7,734원 밑에서 매수하고, 가능하다면 2차 참고 가격인 6,000원에 근접한 가격에서 매수한다면 그런대로 안전한 가격을 확보하는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음. 마침 18년 10월 11일 미국 발 증시 쇼크로 코스피 지수가 2200선을 깨고 역대급으로 폭락한 시점이므로, 1차 기준가인 7,734원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가격대임(15일 종가 6,760원). 만약 15일 종가인 6,760원 선에서 매수를 할 경우 10% 하락을 가정해도 대표이사가 매입한 6,000원과 같아지므로, 감당 가능한 손실구간을 열어두는 것으로 볼 수 있음.
8. 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