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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환 Jan 12. 2019

투자에 대한 생각

The Most Important Thing

이 책은 하워드 막스가 일생에 걸쳐 가다듬은 투자 철학을 정리한 잠언집이다.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등으로 대표되는 가치투자자의 계보에 가까운 사람인 듯 하나,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식의 교조적 관점을 멀리하려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무협지에 등장하는 정파 고수, 그중에서도 균형 잡힌 관점을 지닌 원로와도 같다.




책을 읽고 생각한 내용을 글로 적어본다.


1. 심층적으로 생각하라 


저자는 평균 이상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 즉 2차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라. 공개된 정보, 남들의 생각,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모든 사실을 종합하여 남들과 다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라".


막스의 2차적 사고란 데이비드 드레먼, 켄 피셔 등으로 대표되는 역발상 투자와도 같은 맥락에 있는 듯하다. 핵심은 '남들과 다르면서 남들보다 더 나은'이다. 물론 저자도 본문에 기술했듯,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 평균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 현명함, 확률론적 사고, 그 외 많은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2. 시장의 효율성을 이해하라


경제학에는 한 때 효율적 시장 가설 학파라는 것이 유행했고 자산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설왕설래했다. 과연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효율적 시장 가설을 수용해야 할 것인가, 수용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딜레마는 다음과 같다. 만약 효율적 시장 가설이 항상 맞다면 시장에는 초과 수익의 기회가 없을 것이며, 시장이 철저하게 비효율적이라면 시장에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숫자는 한 개도 없지 않은가? 여기에 대한 막스의 답은 '정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합리적 개인들이 이기적 동기를 최대한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시장은 항상 합리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자본주의라는 복잡계의 독립변수이자 종속변수인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자산 시장도 이와 같다. 시장은 효율적 시장 가설을 추종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종종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2차적 사고를 하는 현명한 투자자들은 이 비효율성을 기회로 활용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투자자들은 효율적 시장을 존중하되 맹종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며, 시장이 탐욕과 공포에 흔들릴 때 무리에서 벗어나 상황을 관조하고 남들과 다르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3. 가치란 무엇인가?


저자는 역시 정파 원로답게 기술적 분석과 추세 추종을 한 마디로 일축해버린다(이런 사파 따위...). 다만 자신의 성향은 '가치 투자'임을 명확히 하며, '성장 투자'라는 다른 문파 또한 존중하는 균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생각을 밀고 나가, 성장주 투자는 미래 가치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이므로, 결국엔 모두 '가치'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적었다.


저자는 가치 투자의 핵심을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한다. 내재 가치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자신의 견해를 고수하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 견해가 옳을 것.


가치투자의 신봉자들에게는 교리와도 같은 선언들인데,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 치 앞도 예단할 수 없는 복잡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위험한 생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생각은 항상 확률론적 사고의 조언을 얻어야 한다. 세상엔 확실하고 영원한 진실 같은 건 없으니까.



4. 가격과 가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라


이 장의 메시지를 압축하는 한 문장은 아마도 "결국, 그래도 내재가치가 문제가 된다"일 것이다. 자산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변한다. 가격은 가치 주변을 시계추처럼 어슬렁 거린다. 시계추의 극단에선 탐욕과 공포가 극에 달한다. 그러니 지나치게 싸게 팔거나, 지나치게 비싸게 팔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확한 내개가치 평가는 탐욕과 공포에 타협하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5. 리스크란 무엇인가?

6. 리스크를 인식하라

7. 리스크를 통제하라


리스크의 본질은 불확실성, 즉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이다. 저자는 리스크의 개념을 여러 각도에서 고찰하고, 투자자가 리스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어야 할지를 논의한다. 서문에서 언급했듯, 책 전체를 통틀어 저자가 가장 심도 있게 논의를 집중한 성의가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7장의 '그림 6.2 - 리스크와 수익' 차트였다. 저금리가 제공한 유동성이 자산 시장에 흘러가 시장 참가자들의 리스크 테이킹을 강화하고, 시장 전체의 리스크 총량을 쌓아 올리고, 결과적으로 버블 팽창 후 붕괴로 이어지는 원리를 2차원 차트의 기울기로 멋지게 설명해냈다. 개인적으로 이런 설명은 다른 어떤 책에서도 본 적이 없다. 저자는 서문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면 더없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적었는데, 막스 옹이 흐뭇해하면 좋겠다. 이 차트는 저자의 2004년 메모 '오늘날의 리스크와 수익'에 등장하는데, 아마도 저자가 자산시장에서 겪어온 격동의 70~80년대, 그리고 2000년 닷컴 버블을 회고하면서 적었을 것이다. 


투자자가 마주해야 하는 리스크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회피가 아닌 통제'이다. 언제나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면 고수익을 얻을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물론 나심 탈렙 아저씨 같은 사람도 있지만, 그런 전략을 개인투자자가 취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같은 기대수익률이라면 리스크가 적은 자산을 선택하고, 자신이 받아들이는 리스크의 총량을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제어하는 가운데,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했을 때는 과감하게 리스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8. 주기에 주의를 기울여라

9.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라


시계추, 시장의 주기를 논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8장의 맨 앞부분에 나오는 문구는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투자에는 확실한 것이 별로 없다. 가치는 증발할 수 있고, 판단은 틀릴 수 있으며, 상황도 변할 수 있고, '확실한 것'도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확신을 가지고 고수할 수 있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원칙 1: 대부분의 것들이 주기를 따른다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다.
원칙 2: 수익과 손실을 가져오는 가장 큰 기회들은, 다른 이들이 원칙 1을 망각했을 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9장에서 소개하는 강세장과 약세장의 3단계 또한 유념할만한 문구다.


강세장

1단계: 소수의 미래 지향적인 사람들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할 때

2단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실제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3단계: 모두가 상황이 계속해서 호전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때


약세장

1단계: 소수의 신중한 투자자들이 강세가 만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언제나 장밋빛일 수는 없다는 것을 인식할 때

2단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인식할 때

3단계: 모든 사람이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음을 확신할 때


시장을 복기해보자. 2017년 12월의 분위기는 어떠했던가. 코스피는 역사적 고점 2500을 뚫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낙관적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19년 코스피 전망치로 2500~3000을 제시했다. 하방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거나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아마도 이때가 강세장 3단계, 혹은 약세장 1단계 쯤이었을 것이다.

해가 바뀌고 코스피 지수는 미중 무역 전쟁 등 대외 악재가 잇따르며 2월, 6월, 10월 폭락을 거듭해 지하 3층을 깨고 2000 포인트 밑까지 내려간다. 2018년은 시장 참가자들이 약세장 1, 2, 3단계를 차례로 인정해가는 과정이었다. 자, 그럼 지금은 어디에 와 있는가? 이건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10. 부정적 영향과 맞서라


이 장의 핵심 메시지는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에 박혀있는 탐욕, 공포, 편향, 그 외 기타 등등 수많은 어리석음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



11. 역투자란 무엇인가


이 장의 내용은 저자가 2009년 11월에 쓴 메모가 잘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해졌다. 다수의 사람들이 고점에서 낙관적이고, 저점에서 비관적인 것이 문제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하려면 우리는 고점일 때 만연한 낙관론에 회의적이고, 저점일 때 만연한 비관론에 회의적이 되어야 한다. 
'시금석', 2009년 11월 10일 메모



12. 저가 매수 대상을 찾아라


이 장의 메시지는 '더럽고, 우스꽝스럽고, 혐오스러운' 주식을 선호한다는 피터 린치의 생각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저가 매수의 기회는 '남들이 뭔가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뜯어보면 가격 대비 내재가치가 월등한 경우'에 있다. 저자는 정크본드와 전환사채에서 탁월한 수익을 올리며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13.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기다려라


본문 중 다음 문장은 전설의 사파 고수 제시 리버모어의 격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막스 옹 어록(본문 중)

있지도 않은 투자 기회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멍청한 짓은 고수익만을 끊임없이 고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신이 올린 수익을 낭비하는 것이다. 기회가 없다면 바란다고 해서 생기지 않을 것이다.


제시 리버모어 어록 (feat. 에드윈 리페브르)

주식 시장에서 매일 거래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위의 문구는 얼핏 같은 얘기 같고 맥락도 비슷해 보이지만 곱씹어 보면 조금 다르다. 가치투자자인 막스 옹은 내재가치 대비 충분히 싼 가격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추세 추종자인 리버모어는 확실한 추세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추세에 올라타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다르긴 한데, 음, 또 얼마나 다를까 싶기도 하다. 결국은 자신에게 승산이 높은 시점이 올 때까지 충분히 참고 기다리라는 얘기이니까. 요점은, 가치투자자이건 추세 추종자이건 인내심은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14.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내가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가 평생을 고민해온 리스크, 확률, 회의론, 효율적 시장과 비합리적 인간이 만들어내는 괴리 등의 논제를 종합하면, 지적 회의론이라는 종착지에 이르게 된다. 누구든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 그러므로 누구든 언제든지 틀렸음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확신에 찬 눈빛으로 거품을 물고 떠드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틀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에 깔고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 김혜수의 마지막 대사에서도 많은 것을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항상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15.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라


저자는 시장에서 주기만큼 확실하고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기를 예측하는 것 또한 어려움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주기를 예측하는 무의미한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주기를 이해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적었다(방금 문장에서 별로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해리 덴트 류의 종말론자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장의 마지막 단락이 저자의 생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예측보다는 대응'이라는 유행어 이면에 깔린 철학이다.


시장은 주기를 따라 움직이며 등락을 거듭한다. 시계추는 중도에 멈추는 법이 거의 없이 양극을 오간다. 이것은 위험 요소인가, 기회 요소인가? 투자자들은 이와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지금 주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시장이 어디에 와 있는지 각자의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각자의 대응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생각해보니,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주 치밀하진 못한 것 같다. 아무렴 뭐,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또한 배움의 과정이다...



16. 행운의 존재를 가볍게 보지 마라


앞에서 논의해 온 리스크, 불확실성, 확률, 회의론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들이다. 나심 탈렙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익숙한 내용들인데, 저자 역시 탈렙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있다. 요점은 운과 실력을 분명하게 구분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니, 운과 실력을 착각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항상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17. 방어적으로 투자하라


본문에서 인용한 사이먼 라모 박사의 테니스 선수 비유가 재미있었다. 아마추어 선수의 테니스 경기는 실수를 적게 할수록 승률이 높은데, 불확실성과 운이 지배하는 투자 시장이 여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기 때문에 실수를 피하기 위한 노력에만 집중해도 결과적으로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방어적 투자를 하라는 얘기다.



18. 보이지 않는 함정을 피하라


17장의 메시지와 이어진다. 투자자들이 걸려들 수 있는 함정, 실수의 가능한 목록들을 열거하며 2008년 하락장을 복기한다. 



19.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y는 투자 성과, x는 시장 수익률, a(알파)는 실력, b(베타)는 시장수익률에 대한 민감도로 정의하면, 투자자의 성과를 다음의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y = a + bx 


베타는 시장수익률에 연동된 변동성이므로, 표준적인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든지 지불해야 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지불한 수익률, 다시 말해 딱히 특별할 게 없는 성과, 운에 좌우되는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이에 비해 알파는 시장수익률과 무관한 수익, 투자자의 실력으로 얻는 수익이다. 벤치마크 대비 뛰어난 수익률을 보여주는 펀드 매니저는 알파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아마도 운과 실력을 선명하게 구분해줄 수 있는 상황은 강세장보다는 약세장일 것이다. 버핏의 말대로 썰물이 되면 누가 발가벗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테니.


그런데 자산 운용사들의 펀드 매니저 성과 평가가 이러한 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건 분명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충분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은 개인 투자자는 강세장에서의 성과를 기준으로 돈을 집어넣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사람들이 처음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를 하는 때는 강세장의 열기가 한참 달아오른 후인 경우가 많으므로, 곧 다가올 고점을 찍고 하락장의 고통을 맛보게 될 여지가 높다. 결국은 투자 의사 결정은 본인의 몫이므로 스스로 공부해서 현명해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난 언제쯤 알파가 높은 투자자, 현명하고 유능한 투자자가 될 수 있을까?



20. 모든 원칙을 준수하라


앞서 이야기들의 종합이다. 이 책의 내용이 가물가물해질 때쯤이면 책을 펴 들고 20장만 다시 읽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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