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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환 Jan 13. 2019

함께 자라기 - 애자일로 가는 길

코칭 전문가가 쓴 애자일 설명서

난 평소 업무와 관련된 책은 학습서 - 프로그래밍, 방법론 등 - 가 아니면 잘 읽지 않는다. 그나마도 공부는 회사에서 다 마치고 집에는 잘 들고 오지 않는 편임을 감안하면, 이 책을 읽은 건 다소 이례적이다.



이 책은 회사 같은 팀 동료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하는 회사다. 나,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하신 동료 분은 데이터 분석가다. 우리 팀은 분석가, 개발자, 기획자로 구성된 10명 규모의 팀으로, 주된 업무는 머신러닝 기반의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개발하여 사업팀 등 유관부서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 같은 IT 업계 종사자들, 개발자 혹은 개발팀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사람들이 일독하면 좋을 책이다. 분량이 짧고 내용도 쉬워서 술술 넘기면서 읽으면 금방 읽힌다. 빨리 읽는 사람은 두어 시간이면 다 읽을 것이다.


저자는 다년간 수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코칭을 수행해온 코칭 전문가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파해온 애자일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애자일이라, 사실 이야기는 심심찮게 많이 들어왔다. 요즘은 차화정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도 유행어처럼 쓰인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는데, 정작 나는 IT 업계 종사자임에도 애자일이 뭔지 잘 몰라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느껴지고 있던 터였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던 차에 마침 이 책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동완 님 감사!! >_<).


애자일이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협의와 광의의 정의가 있다.


협의의 애자일이란, 불확실한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의미한다. 정확한 명칭은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 되겠다. 대략 1990년대를 전후로, 당시의 개발자들 중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 변화하는 현실에 맞지 않음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대안으로 개발한 개발 방법론이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빨리 변한다. 전통적인 개발 방식은 계획 주도 방식으로, 초반에 계획을 정교하고 꼼꼼하게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변화하는 모든 것들에 대응하는데 점차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 비즈니스 환경, 고객의 요구, 제품, 소비자의 기호 등등. 이런 맥락에서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란, 모든 것이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개발 방법론을 의미한다.


광의의 애자일은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협의의 애자일을 삶과 일 전반에 대한 철학과 방법론으로 확장한 것이다. '자라기'와 '함께'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자라기'는 학습과 피드백의 무한루프다. 불확실한 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과 자기 교정이 필요하다. 학습, 개선, 결과에 대한 주기적인 피드백의 루프는 사실상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함께'는 개인의 학습을 조직 단위로 확장한 것이다. 개인의 학습을 조직이 공유하고 구성원 서로가 서로에 대한 열린 피드백을 계속해서 주고받음으로써, 개인이 얻은 긍정적 효과를 조직 전체에 공유하고 부정적 효과는 최소화하는 것이다.


긍정적 효과를 최소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핵심은 지식 공유다. 열 명의 팀원 중 한 사람이 팀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정보를 얻으면, 팀 전체가 이를 공유할 수 있다. 즉, 열 명 중 한 사람만 아는 지식도 x10을 할 수 있다. 부정적 정보는 어떠한가? 어떤 부정적 정보를 알지 못해 팀 전체가 망하기 위해서는 팀원 10명 모두가 이 정보를 몰라야 한다. 즉, 열 명 모두가 몰라야 팀이 망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열린 피드백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의 미덕은 내용이 쉽다는 것이다. 코칭 전문가답게 쉽고 간결한 문체로 핵심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비교를 위해 다른 사례를 하나 들면, 작년에 출간되어 화제가 된 레이 달리오의 원칙은 애자일의 핵심인 학습과 열린 피드백 등의 원리를 모두 담고 있다. 그러나 훨씬 깊이가 있고 내용이 많아 끝까지 잘 안 읽힌다는 게 단점이다. 또한 레이 달리오도 적었듯, 그가 자신의 삶과 브리지워터에 세운 원칙이 모든 조직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독자마다 자신의 각론을 다르게 쓸 수 있다면 쉽게 쓰인 개론을 읽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두어 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자기 계발과 조직 계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든 일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마무리하며. 이젠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빼놓고는 그 어떤 현상도 논할 수가 없는 세상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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