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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환 Jan 25. 2019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

Mastering the Market Cycle

투자 대가 하워드 막스의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2018년 10월 영문판, 11월 한국어판이 발간되었다. 17년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주식시장의 열기가 식고, 하락장에 진입해 많은 투자자들이 한참 고통을 맛보고 있던 시점이다. 포브스 선정 '가장 부유한 미국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거부가 하필 이 시점에 대중서를 발간하며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전작 '투자에 대한 생각(The Most Important Thing)'에서 자신이 일생 동안 정립한 투자 철학의 정수를 소개한 바 있다. 총 20장으로 구성된 전작은 각 장 별로 18개의 '가장 중요한 것'을 소개한 바 있는데, 그중에서도 저자가 특히 여러 장을 할애했던 주제가 바로 '사이클'과 '리스크'였다. 전작 이후 7년 만의 신간에서, 저자는 다시 사이클을 화두로 자신의 오랜 고민 끝의 통찰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사이클의 본성, 이에 대한 투자자의 대응 방법에 관한 저자의 오랜 고민과 통찰을 나누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침 이 책을 읽기 바로 전, 전작을 읽은 터였다. 저자의 생각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잡고 음미하는 재미가 있었다. 한 편으로는 두 책 모두 저자의 평생의 고민을 담은 내용인지라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는데, 같은 문장을 많게는 서 너 번이나 마주침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인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읽고 또 읽을 때마다 속으로 '캬...', '소오름...'을 반복했다. 그만큼 충분히 좋은 책이다. 투자 경험에 있어 입문자, 경험자, 고수와 하수를 막론하고 배워가야 할 현명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책 요약은 전작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빡세게 했던 터라, 이번 책은 핵심적 내용 위주로 간략히 정리해본다.



1. 시장을 움직이는 몇 가지 주요 사이클이 있다.


요약하면 매크로, 산업, 소비, 부동산, 신용, 그리고 심리 등이다. 각 사이클은 고유의 특성과 움직이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사이클의 작동 원리는 공부를 해서 이해할 수 있으나, 세상은 여러 사이클이 서로 공명하며 움직여가므로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특히 이 모든 사이클을 트리거하는 행위자가 인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매크로, 산업, 소비, 부동산, 신용의 모든 의사결정 주체가 인간이며, 인간은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동물이므로 예측이 매우 어렵다.



2. 사이클은 예측할 수 없다. 대응에 주력하라.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므로 확실한 예측이란 애초에 성립이 안 된다. 건전한 투자철학을 지닌 사람이라면 어떤 사이클도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투자자가 취해야 하는 전략은 미래에 발생 가능한 사건들의 확률 분포를 추정하고, 그에 기반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언제든 틀릴 준비를 하고 있다가, 미래 사건이 현재 시점으로 검증되었을 때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시나리오는 검증 가능한(반증 가능한) 형태로 작성되어야 하며, 검증 결과 참이었을 때와 거짓이었을 때의 대응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3. 시계추, 심리, 모멘텀


저자는 시계추 비유를 좋아한다. 아날로그 시계가 익숙지 않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잘 안 먹힐 것 같은 비유인데, 나는 약간은 옛날 사람인지라 직관적으로 쉽게 와 닿았다. 아래 선의 직선이 어떤 자산의 '가치'라고 한다면, 가격은 직선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 포물선처럼 계속 진동한다는 얘기다. 사실 주식 시장의 가격 변동은 항상 이렇다. 모든 투자자가 가치투자의 교본대로 가치 평가를 해서 사고 판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저자가 시계추 비유를 들며 강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본다. 첫째, 중간에 머무는 시간은 매우 짧다. 둘째, 한 번 양 극단 근처로 이동하면 극단 근처에서 꽤 오랫동안 머문다. 셋째, 한쪽 극단에서 방향을 틀 때는 매우 빠르게 중간을 통과해 다른 쪽 극단으로 움직인다. 마지막, 시계추의 본질은 '심리'다. 양 극단에선 항상 과도한 낙관론이나 과도한 비관론이 득세한다. 현명한 투자자는 대중의 심리가 극단으로 과도하게 편향되었을 때 반대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정파 원로 고수 막스 옹의 오랜 고민이 담긴 철학이지만, 비합리적인 인간 심리가 빚어내는 추세의 본질에 대한 통찰은 추세 추종자들의 그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막스 옹이 정파 - 가치투자자의 정체성을 지키는 차별점은, 아마도 그의 기본 전략이 내재가치 평가 결과에 기반한다는 점, 그리고 항상 보수적인 성향으로 밸런스를 잘 유지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추세추종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추세를 올라탔을 때 더 강하게 배팅할 상황에서도, 저자는 자신의 보수적인 원칙을 끝까지 지켰을 것이다.


저자는 강세장의 끝물에서 마지막 비관론자가 매수에 동참하는 것, 약세장의 끝물에서 마지막 낙관론자가 매도에 동참하는 것을 모두 '항복'이라고 표현했다. 자기 원칙을 세워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고수하는 인내심과 배짱, 동시에 항상 유연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시나리오가 틀렸음을 언제든 인정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겸손한 태도, 이 모두를 갖춘 저자는 자기 통제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임이 분명하다.



4. 사이클 포지셔닝


저자는 사이클을 예측하는 것은 포기하되, 현재 사이클의 어디에 서 있는지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그에 기반해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 새로 소개한 저자의 통찰이 담긴 차트가 있어서 갈무리해둔다.










5. 가장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기회는 사이클이 극단에 가 있을 때이다.


마지막 비관론자가 항복하고 매수에 동참하는 날, 마지막 낙관론자가 항복하고 매도에 동참하는 날이 바로 사이클의 양 극단이다. 현명한 투자자는 지금이 사이클의 어느 국면인지에 대한 자기 나름의 판단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단 언제든 틀릴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며, 시나리오의 확률 분포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조절함으로써 대응해 나가야 한다. 세상엔 언제나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니까.


마지막으로, 마음에 새기고 싶은 잠언 한 구절로 마무리.


낙관이 지나칠 때 회의에 비관이 더해져야 하며,
비관이 지나칠 때 회의에 낙관이 더해져야 한다.
- 하워드 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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