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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환 Feb 13. 2019

21세기 패자는 중국인가

Does the 21th Century Belongs to China?

이 책은 2011년 6월 Munk Debate의 토론 내용을 담은 대담집이다. 멍크 디베잇은 캐나다의 금광 재벌 피터 멍크에 의해 설립된 오리아 재단이 2008년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연 2회 개최하는 글로벌 공공 이슈를 둘러싼 대토론회로, 매번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고 한다. 세계 정상급 논객 4명이 2인 2개 조로 나뉘어 일종의 토론 배틀을 벌이는데, 배틀에 들어가기 직전과 직후에 청중 투표를 실시한다.




토론의 주제는 '중국이 21세기 패자가 될 것인가? - Does the 21th Centry Belongs to China'라는, 매우 도발적인 내용이었다. 2011년을 기억해보자.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덮쳐 모두가 허덕이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으로 대변되는 서방세계의 리더십은 힘이 크게 꺾이는 듯 보였다. 기축 통화 달러의 패권은 저무는 것 같아 보였고, 어쩌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가 올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공포감이 전 세계를 휩쓴 지 오래 지나지 않을 때였다.


중국은 이렇듯 세계 경제가 아비규환일 때 꾸준히 성장을 지속해 미국 다음의 패권국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미디어를 통해 투영되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아주 기세 등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바탕에는 전 세계 경제가 사실상 역성장을 하던 당시 연 7~8% 대의 고성장을 지속해온 자신감이 있었다. 2011년 당시 전 세계는 이런 중국의 비상을 놀라움과 두려움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도발적인 논제로 정상급 논객들을 초빙해 토론이 열릴 수 있었던 것이다.


토론 참여자는 그야말로 슈퍼스타급이다. 각 참가자의 프로필과 오프닝 스피치를 요약해봤다.



주제 - 21세기 패자는 중국인가?


(찬성) 니얼 퍼거슨


[약력]

-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 겸 경영대학원 교수

- 옥스퍼드 시니어 리서치 펠로우

- 스탠퍼드 후버연구소 시니어 펠로우

- 파이낸셜 타임스 객원 편집자

- 뉴스위크 시니어 칼럼니스트

- 베스트셀러 작가


[오프닝 스피치]

- 지난 2세기를 제외하면 모든 세기가 중국의 세기였다.

- 인구통계학, 경제학적 관점에서 중국의 성장성은 아직 충분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 혁신(신규 특허 수), 교육(학업 수행 능력, 유학생 수)에서 서방 선진국을 이미 따라잡았다.

- 서방(미국)의 만연한 경제, 도덕적 쇠락.



(반대) 파리드 자카리아


[약력]

- CNN 국제문제 프로그램 <Fareed Zakaria: GPS> 진행자

- 타임 편집자

- 에스콰이어 '외교정책 자문가로서 동세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 포린 폴리시 선정 '2010년 세계 100대 사상가'


[오프닝 스피치]

- 중국의 경제성장은 지금 속도를 지속할 수 없다. 이미 인도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며, 인구 감소가 시작되었다. 또한 중국의 현재 경제력 또한, 국제사회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실제에 비해 과장된 면이 있다.

-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정치적 역량이 현저히 떨어진다. 국제 정치 역량의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정치의 문제에 기인한다.

- 지정학적으로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인도,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등 국가와 경쟁하고 갈등할 여지가 많다.



(찬성) 데이비드 리


[약력]

- 칭화대 '중국과 세계경제 연구소' 소장

-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 중국 중앙은행 화폐정책위원회 학계 대표 3인 중 1

- 베이징 시 인민대표 중 1

-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일원


[오프닝 스피치]

- 중국에는 강한 민족적, 문화적 에너지가 들끓고 있다. 이 에너지란 과거 패권국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했던 굴욕감, 이를 딛고 일어서 덩샤오핑 이래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 상당한 성취를 이룬 자신감이다.

- 위의 자신감을 이어가 부흥을 이루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다.

- 중국은 국제 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제3세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최근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서구 사회 체제에 대한 대안적 모형을 제시하며, 대국으로서 국제관계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행사한다.



(반대) 헨리 키신저


[약력]

- 미국 제56대 국무장관

- 세계 최고의 지정학 권위자

- 국제문제 자문기관 Kissinger Associates 회장

- 1973년 노벨상 수상

- 1978년 미국 대통령 훈장


[오프닝 스피치]

- 세계가 점차 다극화되어가므로 어느 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 중국은 향후 10년 간 국내 정치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여력이 없을 것이다.

- 역사적으로 중국의 대외 정책은 이적 관리, 즉 변방의 약소국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자신과 대등한 강국들로 구성된 세계를 다뤄본 적이 없다. 따라서 지정학적으로 중국을 둘러싼 14개국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도전적 과제가 될 것이며, 일방적 외교는 즉각 반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중국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중국은 '중국이 패권을 행사할 수 없는 세계'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나에게 논제를 재구성할 권한이 부여된다면, "중국이 신흥 강국으로서는 세계사상 처음으로 기존 강국들과의 협력 하에 새로운 국제 체제를 형성하고, 그럼으로써 세계 평화와 진보를 이루는 길을 택할 수 있을까?"라고 제안하겠다.

- 즉 "21세기에 중국이 좀 더 보편적인 국제 체제에 들어오도록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겠냐?"를 주제로 다뤄야 한다.




토론 시작 전 청중 투표 결과 : 찬성 39 / 반대 40 / 중립 21

토론 종료 후 청중 투표 결과 : 찬성 38 / 반대 62 / 중립 0


헨리 키신저 압승.


오프닝 스피치 한 방으로 논제의 프레임을 뒤집고 승기를 잡아버렸다. 파리드 자카리야가 발언 시작부에 '언론인들 사이에서 헨리 키신저 박사님은 팩트 체크를 하기에는 너무 큰 사람’으로 통한다고 했는데, 역시 급이 다른 사람인 것 같다.


2018년~19년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중 분쟁을 바라보며. 키신저 옹의 눈으로 보면 지난 7~8년 간 중국은 자국 정치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길 포기하고 국제 협력 체제에 순순히 들어오길 거부한 셈이다. 그나마 신사적인 오바마 다음 타자로 트럼프라는 엽기적인 인물을 만나서 이젠 강제로 수술당하게 된 꼴이고. 중국이 이제 G2 자리에서 밀려나고 다른 신흥국들이 중국의 자리를 견제하기 시작하면, 아마 중국몽이란 말을 쓸 날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 통상, 패권 전쟁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산적한 국내 정치 문제, 소수 민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게 된다면... 시진핑과 측근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상황이 될 거라고 본다.


앞으로 트럼프의 미국이 정말 작정하고 중국을 주저앉힌다면, 중국이 G2자리에서 밀려날 상황이 된다면, 향후 몇 년 간 관전 포인트는 이렇게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이 중국을 주저앉힌 만큼을 다른 국가들 - 일본, 유럽, 한국 등 상위권 국가들과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하위권 국가들 - 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파고들어 자기 몫으로 만들 것인가?



참고. 유튜브에서 토론 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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