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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환 Aug 16. 2017

마법의 돈 굴리기

기본에 충실한 투자 지침서

이 책을 접한 계기가 조금 재미있다. 몇달 전 네이버의 투자 관련 블로그를 서핑하던 중 우연히 저자의 블로그에 방문하게 되었다. 글이 공감이 간다 생각해 블로그 이웃을 맺어놓고 모바일 어플에 올라오는 글들을 드문드문 읽고 있었다. 얼마 뒤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포스팅을 보고 이 분이 작가로 데뷔하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서점에 들른 참에 이 책을 찾았고, 선채로 절반 정도 읽다 집에 돌아와서 주문 버튼을 눌렀다. 내가 처음으로 구매한 투자 서적이었다. 네이버의 추천 알고리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투자는 반드시 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물질적 부는 행복한 삶의 필요조건인데, 보통 사람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 때문에 투자를 해야 한다. 임금 소득에서 지출분을 제외한 잉여 현금은 투자해서 돈이 돈을 벌게 만들어야 한다. 투자했다 잃는 것이 두려워 현금을 그냥 보유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놀고 있는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돈을 놀리면, 돈을 잃는다.

(1장. 우리는 왜 투자를 해야하는가?)


2. 그러나 투자는 위험하다. 역사적으로 투자 시장은 거품과 폭락의 사이클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거품에 올라타다 폭락장에서 돈을 잃었다. 왜 사람들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저자는 "인간은 여러가지 심리적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한다. 저자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연구결과들을 인용하며, 범인들이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는 인간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요약하면, 보통 사람은 투자로 돈을 얻을 가능성보다 잃을 가능성이 더 높다.

(2장. 그들은 왜 투자에 실패하는가?)


3.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잃지 않는 투자, 저위험 중수익 투자는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자산배분 투자법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투자대상들에 자산을 배분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해 오른 것을 팔고 내린 것을 사는 것이다. 

투자 대상 자산의 조건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둘째, 서로 상관관계가 낮다.

(3장. 자산배분이 답이다! / 4장. 자산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5장.언제 사고팔고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6장. 이젠 나도 자산배분 투자자)


자산배분 투자의 내용을 자세히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자산은 단기적으로는 등락을 반복하나,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오른다. 그러나 오르고 내리는 방향과 시점은 같지 않다. 이를테면 자산 A가 오를 때 자산 B가 내리고, 자산 B가 다시 오를 때 자산 A는 내리는 식이다(아래 표 참조). 이와 같이 등락을 반복할 때 가격이 오른 자산을 팔아서 내린 자산을 사는 행위를 반복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중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저위험 중수익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위의 두 가지 조건이다. 즉 투자 대상 자산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며(가치가 오르며), 각각의 오르고 내리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극히 단순한 원리다. 오른 것은 다시 내릴 것이며, 내린 것은 다시 오를 것이다. 그러므로 오른 것을 팔아 내린 것을 사는 것만 반복해도 손실 위험을 줄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가 있다.


4. 다음은 세부내용 갈무리


포트폴리오 구성 1순위는 주식이다. 초보 투자자라면 개별 주식이나 펀드보다 지수 추종 ETF, ETN이 현실적으로 좋은 선택이다. 주식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추종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고, 운용 보수도 저렴하다.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다음 고려대상은 채권이다. 자산배분의 원칙과 효과를 더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채권이 아닌 해외 채권이다. 즉 환 헷지가 아니라 환 노출이 필요하다. 저자가 생각하는 최적의 조합은 한국 주식과 미 국채의 조합인데, 아쉽게도 아직 개인들이 미 국채에 투자할 만한 상품이 없다. 개인 투자자가 미 국채를 직접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우며,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 국채 ETF는 환헷지를 하기 때문에 환 노출 효과가 없다. 저자는 대안으로 한국 채권 ETF, 미 달러 ETF의 조합을 권한다.


금, 부동산 등 자산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걸 고려해볼 수 있다. 단, 장기적으로 우상향이고 서로 상관관계가 낮다는 전제 하에. 역사적으로 아직까지는 이 전제가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


인버스 상품은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


레버리지 상품 역시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다. 2배로 올라갔다 2배로 떨어져서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2배가 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안 좋다. 게다가 운용수수료도 비싸다.



이미 저자의 주장을 실행에 옮겨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주식 ETF, 채권 ETF, 달러 ETF에 분산 투자했다. 3종목을 3시점에 나눠서 매입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첫번째 매입시점이 북한 리스크가 터지기 전인 8월 초였다. 두번째 매입시점은 오늘이었다(8월 16일). 누적 수익률은 -0.4% 정도(ㅠㅜ). 그러나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이 자산들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고, 달러 ETF는 일시적인 환율 등락의 리스크를 헷지해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사실 이게 자산배분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 투자를 하는 이유가 행복한 삶의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투자의 과정도 심신의 안정을 지나치게 해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건 마음의 건강에 좋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자산배분 투자자는 두발 뻗고 마음 편히 잘 수 있다고 한다. --> 저자 블로그


마무리하며,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 소개에 따르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은행에서 IT 관련 업무를 하신다는데, 본문의 논거 중 많은 내용을 심리학, 행동경제학, 철학에서 인용했다. 직장생활 하시면서 금융공학 석사도 공부하시고 한편으로 각종 금융 관련 자격증도 취득하셨다고 하니, 원래 공부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이런 분을 볼 때마다 나도 좋은 자극을 받는다. 역시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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