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지나온 2010년대의 몇 년을 복기하다
저자 천관율은 한국의 주간지 시사인의 기자다. 이 책은 저자가 2012~2017년 연재한 기사 중 27편을 모은 결과물이다. 책 이름에서 줌아웃은 저자가 평소 자신의 취재법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다음은 책 프롤로그에서 발췌.
좋은 기자란 누구보다 줌인을 잘하는 기자다. 피사체, 그러니까 취재 대상을 더 가까이 잡아당겨서 독자에게 더 상세히 보여줄수록 훌륭한 기자다. 그래서 좋은 기자들은 디테일이 특히 강하다. 나는 그런 기자는 못된다.
그래서 내가 택한 전략은 줌아웃이다. 취재 대상을 최대한 멀리서 최대한 다른 시야로 보여주려 노력한다. 줌아웃이 잘된 기사는 마치 드론으로 찍은 영상 같아서, 피사체의 디테일은 흐릿한 대신 그게 어떤 구조와 맥락에 있는지 더 잘 보여준다.
구조와 맥락은 사건과 디테일보다 느리게 변한다. 특히 중요하고 뿌리 깊은 구조일수록 더 느리게 변한다. 느린 문제를 다루려면 느린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다행히 내가 속한 매체는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느린 저널리즘에 관대하다. 줌아웃에 성공했다면, 5년 전 기사라도 여전히 당대의 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의 부제는 '암울하고 위대했던 2012~2017'이다. 한국 사회가 지나온 길을 함축적으로 잘 묘사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2007년 대선 이후 권위주의로 내리 퇴행하고 있었다. 철 지난 권위주의에 동의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그 십 년은 암울한 시간이었다. 2016년, 자격이 없는 지도자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목도했을 때 대중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감탄해야 할 대목은 단지 응축되어 표출해냈던 시민들의 분노 그 자체가 아니라, 놀랍도록 절제되고 질서 정연한 방법으로 행동해 기적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점에 있었다. 한국 시민 사회는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합법적, 비폭력적으로 입법부를 압박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책 제목의 '위대했던'이라는 수식어는 바로 이를 가리킨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2016년 촛불체제가 탄생하던 결정적 순간을, 2부는 촛불체제가 탄생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한국 보수의 몰락을 다룬다. 3부는 시간을 더 앞으로 돌려 2007년 정권을 놓친 한국 진보파의 긴 터널을 다룬다. 4부는 일베, 세월호 유가족 및 여성에 대한 혐오 등 기성 정치에는 없었지만 한국 사회에 새로 등장한 담론을 다룬다.
저자의 글은 호흡이 길다. 한국 사회가 마주했던 굵직한 이슈들을, 구조와 맥락 속에서 균형 잡힌 관점으로 조망해낸다. 섣불리 결론을 도출하지 않고 읽는 이에게 곱씹고 생각할 여운을 건네준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여운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시간이 몇 년 더 지나 당시의 한국 사회를, 그때 내가 했던 생각들을 회고하며 다시 찾아 읽어도 여전히 생생하게 말 걸듯 다가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