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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예 Jan 23. 2016

프랑스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



스티븐 바클레 Stevens Barclais - 32세, 프랑스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 63kg급. 이번 인터뷰 대상자이다. 인터뷰 장소는 프랑스의 태릉선수촌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국립체육연구소 (INSEP 이하 인셉)에서 이루어졌다. 바클레 선수가 나를 그곳으로 초대한 것이다. 태릉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내가 프랑스 선수촌이라니 ?!! 

인셉이 내가 내린 뱅센느 성 지하철역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어 그가 차로 마중을 나왔다. 수트+선글라스로 완성한 패션은 마치 헐리웃 배우 주드로를 연상케 했다. 에너지 넘치고 패셔너블한 이 바람직한 남자는 뭐지?…. ㅋㅋㅋ 태권도로 다져진 멋진 근육질 몸매에 상냥하기 까지 했다. 

우리는 국가대표선수들이 이용하는 인셉 카페테리아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선수로서는 늦은 나이인 21살에 시작하게 됐어요. 어느 날 쇼핑몰에서 발차기를 힘차게 하는 사진이 실린 태권도 클럽 벽보를 보게 되었죠. 2년 동안 운동을 안 하고 있을 때이기도 하고 르노 자동차 정비공의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만한 것을 찾고 있을 때여서 전화를 걸어봤죠. 그리고 1회 체험수업을 듣고, “바로 이거야~!”라고 결정했어요. 또 다들 그렇게 생각하듯이 흰색 태권도 도복도 마음에 들었구요.   

   

한국을 알고 계셨나요?

태권도를 시작하기 전에도 물론 알고 있었죠! 사진을 통해서나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요. 근데 태권도의 나라라는 것은 몰랐었죠. 태권도를 시작하고 2011년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갔을 때, 너무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의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

깔끔한 것, 길에 쓰레기도 없고 동물도 없고.^^;; 한국 사람들이 사랑스럽고 잘 웃고 쉽게 말을 걸어줘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한국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데 파리에서도 선수들과 훈련하고 회식하면 삼겹살집으로 간답니다~!!      

태권도를 배우면서 어려운 점은요?

태권도 고급과정을 밟게 되면서 선수로서의 제의를 받고, 정비사인 제 직업을 그만두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집이나 차도 다 반납했어야 했어요. 제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었죠. 계속 정비공으로 일한다는 것은 뻔 하잖아요? 모험을 하면 더 많은 추억과 살아가는데 더 많은 것들이 부여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경험에서 얻어지는 많은 것들은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죠. 도전하면 결과가 있고 도전이 없으면 결과도 없어요. 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단 부딪쳐 보는 거죠.           


늦게 시작했는데 오픈 챔피언십프랑스선수권세계선수권 등에서 많은 메달을 땄어요성공비결은?

스스로 즐거워야 해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해요.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를 아끼는 건 있을 수 없어요. 매일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연구해야 하고, 그 기술을 습득해야 돼요. 충분한 훈련으로 준비했다면 ‘자신의 실력을 믿는다.’고 마인드컨트롤 하는 것이 중요해요. 보통 이렇게 하면 다 성공하지 않나요? 하하하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13년 멕시코 세계선수권대회였죠. 프랑스에서는 2005년 이후로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메달이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2005년 이후로 8년 만에 처음 프랑스에 메달을 안겨줬죠. 그래서 너무 기뻤어요. 다만 동메달에 그쳤다는 점에서 아쉬웠죠. 4강에서 제가 경기를 리드하다가 마지막에 상대 선수가 저를 1점 차이로 역전한 상황이었죠. 저는 세계에서 5위, 그는 2위 영국인선수 마이클 하베이 Michael Harvey였는데, 전에 경기 했을 땐 그가 저를 이겼었죠. 3초 밖에 경기가 안남은 상황에서 저는 돌려차기를 시도했고 그 때 타이머를 보니 3초, 2초, 1초! 그리고 득점했죠! 코치님이 저에게 정성을 쏟아 부으셨고 함께 힘들게 훈련했는데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좋았어요.      





한국 선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동안 2명의 한국 선수들과 겨뤄봤는데요, 그들은 정말 강해요. 일단 한국은 태권도의 종주국이고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의 수가 많은 만큼 잘하는 사람의 수도 많죠. 프랑스랑은 환경이 달라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대훈 선수가 정말 잘해요. 세계선수권에서 2연패를 달성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죠. 기술이 빠르고 영리한 경기 운영을 해요.     


SNCF에서 일하면서 훈련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

저는 SNCF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하루, 9시부터 18까지 일한지 벌써 4년이 됐네요. 사실 국가대표여도 보장된 조건으로 생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제도에 감사하죠. 경제적인 수입에 대한 걱정이나 염려를 덜 수 있고, 또한 실력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저에겐 끊임없는 원동력이자 동기, 그리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천이에요. 또한 기업 측에서 홍보지원도 아끼지 않으니 큰 힘이 됩니다.       


롤모델이 있는가?

저는 굉장히 롤모델이 많은 편이에요. 여기저기 모든 사람들의 좋은 점을 본받으려고 노력해요. 감사하게도 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맨날 함께 훈련하는 코치님과 동료들은 제게 늘 자신감과 긍정적인 영향을 주죠. 또 일상의 삶에서 가까운 사람들도요. 가장 친한 친구의 아들이 암에 걸렸는데 그 친구의 강한 모습이 절 놀라게 했어요. 그래서 아, 나도 그와 같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닮고 싶어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일단 러시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거의 자동으로 올림픽 선수 리스트에 올라가게 돼요. 그럼 세계 랭킹도 올라가게 될 테고... 컨디션도 잘 관리하고 준비도 철저하게 해서 메달을 딴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모든 게 좋아요!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 무엇보다 프랑스 대표팀이 똘똘 뭉쳐있어요.      


선수로서의 목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올림픽 메달이요. 잘난척하는 것 같으니까 금메달이라고는 하지 않을래요. 근데 너무 힘드니까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메달만 받아도 감사하겠지만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무조건 원해요. 그 동안 프랑스선수는 딱 2명만이 우승했거든요. 제가 그 다음이 되어서 프랑스 태권도 역사에 기록을 남기고 싶어요. 그럼 정말 좋겠죠?      


인터뷰 후 바클레 선수가 인셉의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역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운동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시설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지금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키우는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프랑스 국가의 영웅들, 실제로 메달리스트들을 눈앞에 보고 나니 너무 멋있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체조 연습장, 펜싱 연습장 등을 둘러보니 몸 풀고 있는 선수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리찢기가 후덜덜 ㅎ ^^;; 단 몇 초, 몇 분의 순간을 위해서 몇 시간을 땀을 흘리고 연습했을지 나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그리고 드디어 들어선 태권도장. 무릎 들어 올리는 스트레칭과 근력운동부터 시작해서 다양하고 활기찬 동작을 보니 재밌었다. 힘찬 기합, 다부진 주먹과 절도있는 발차기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위엄이 느껴졌다. 특히 다리 길이가 월등한 신체 구조상의 장점으로 발차기의 파워는 어마어마할 것 같다. 바클레 선수의 코치가 내게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냐고 묻는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웠을 법한 태권도.. 하지만 나는 배운 적이 없다.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시늉이라도 하면서 프랑스 국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데 푸핫    

 

이제 태권도는 종조국이 한국이라는 인식에 앞서 세계인들 모두 아끼고 즐기는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 같다.  

열심히 훈련하는 프랑스 선수들을 보니 리우올림픽을 겨냥한 프랑스 태권도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펄펄 날며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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